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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이란 핵을 제거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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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춘근
- 등록일
- 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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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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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국제정세_20120307.pdf
- 조회/평점
- 14192 / 4.0
이란의 핵 보유 노력이 중동에서 또 하나의 전쟁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다. 그 동안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미국은 자국의 벙커 버스터 폭탄은 지하 수 십 미터 속의 이란 핵시설도 격파 할 수 있으니 당장 공격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스라엘을 자제 시켜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폭격이라는 최후 수단을 제외한, 자신이 행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사용했다. 바이러스 공격을 통해 이란 핵시설의 컴퓨터를 파괴하는 일로부터 이란 핵과학자를 암살하는데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써 보았지만 이란의 핵무장 노력을 중지시킬 수는 없었다. 이란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독일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슈피겔 3월 5일자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이미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치가들이 최근 미국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 장군에게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기로 결정한다면 이스라엘은 군사작전 실행 약 12시간 전에 백악관에 그 사실을 통고할 것’ 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이 같은 언급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이스라엘은 오바마 대통령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란을 공격하지는 않겠다. 둘째,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결정을 무산시키거나 훼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는 말아달라.
사실 이스라엘의 현 총리 벤자미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는 이스라엘 정치가 중에서도 대 아랍 강경론자로서 오바마 대통령과는 관계가 양호하지 못하다. 특히 2009년 6월,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예외적으로 친 아랍적인 연설을 행한 이후, 이스라엘 사람들 중 불과 6% 만이 오바마가 이스라엘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 정도로 오바마의 미국과 이스라엘은 관계가 껄끄럽다.
오바마 대통령도 물론 이란이 핵폭탄을 보유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오바마는 중동의전쟁도 원치 않는다. 벤자민 네타냐후는 이란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이라도 군사력을 사용할 태세다. 이스라엘은 이미 나탄즈 기지를 폭격하는 군사연습을 오래전부터 실시해 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게 될 레드라인(Red Line)을 분명하게 제시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려 노력했던 두 나라의 핵시설을 폭격을 통해 제거한 바 있었다.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은 8대의 F-16 전투기와 이를 호위하는 6대의 F-15 전투기를 동원, 이라크 한복판에 있는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 파괴함으로써 후세인의 핵개발 계획을 20년 이상 지연시켰다. 2007년 9월 6일 자정 이스라엘 공군 F-15 전투기들은 또다시 시리아 영공을 깊숙이 침투, 북한 기술자들이 건설해 주고 있던 시리아 핵 원자로를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이라크, 시리아는 피해를 당하고도 오히려 쉬쉬하는 상황이었다. 자신들은 핵을 만든 적이 없다고 이야기 해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스라엘의 선제 무력 공격이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았던 것은 이스라엘을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 대단히 다행 한 일 이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핵시설을 폭격했을 당시 북한 핵 기술자 여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망설이고 있는 것은 이란의 핵시설을 향한 공격이 이라크, 시리아의 경우와는 달리 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지워 버리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분명하게 언급했다. 핵무장을 갖춘 이란과 싸우는 것 보다는 핵무장 이전의 이란과 싸우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라고 판단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를 폭격을 통해서라도 제거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완성하는 순간일지라도, 세계가 이스라엘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한, 이란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기 이전, 이란의 핵을 제거해 달라고 서방측과 온건한 아랍 세계에 먼저 호소 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유대 국가는 미국이 사전에 승인을 하던 말던, 스스로를 보호 할 수 있는 권리를 남에게 양도하지는 않을 것이다.”는 말을 오래 해 왔다.
바로 지난 일요일(3월 4일) 미국 최대의 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국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가 워싱턴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전통적 참석자인 이스라엘총리, 미국 대통령 외에, 레온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 시몬 페레즈 이스라엘 대통령이 추가로 참석했다. 시몬 페레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고 오바마는 “미국의 국익과 이스라엘의 국익은 동일하다.”라고 화답했다. 오바마는 “나는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라는 언급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스라엘 로비가 미국 정치에서 얼마나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오바마의 화답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에 대한 그린 라이트(Green Light)가 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무력 공격은 핵무기 보유를 김정일 최대의 업적이라 추켜 세우는 김정은에게 심대한 충격을 가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중동 국가들의 핵무장 노력배후에는 북한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란에 대한 서방측의 모든 제재 조치에 일방적으로 No라고 거부했던 중국도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 아래 있는 우리의 처지가 이란 핵무기의 위협 아래 있는 이스라엘의 처지보다 결코 나을 바 없을진대 우리는 지금 너무나 무대책의 방관상태에 있는 것은 아닌가? 조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마저도 뒤흔들어 놓는 이스라엘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 우리도 지금 당장 북한의 통미 봉남 전략을 정면에서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북한의 핵을 제거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북한 핵을 말로써 폐기시킬 수 없고, 전쟁도 불가능한 것이라면 적어도 북한 핵을 ‘억제’(deter 抑制) 혹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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