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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코미디 같은 적대적 M&A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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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현종
- 등록일
- 200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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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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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평점
- 3666 / -
한 무협 코미디 영화에서 두 협객이 싸우고 관중들은 누가 이길지 돈을 걸고 지켜보던 장면이 떠오른다. 특이한 것은 두 협객의 발목에는 각각 족쇄가 채워져 있었고 그 족쇄는 서로 반대편 벽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두 협객은 한방의 주먹조차 주고받지 못할 정도로 떨어져 씩씩거리기만 할뿐 물리적으로는 싸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한쪽의 족쇄가 낡아 풀어져 상대를 강타하기 위해 다가가자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이 야유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심판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노인이 나타나 풀어진 족쇄를 다시 채우도록 하였다. 족쇄가 채워지자 시합은 시작되었고 서로 한 방도 주고받을 수 없는 가운데 관중들은 좋아라고 판돈을 더욱 올리고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가 단지 영화의 한 장면이기만 하다면 웃음으로 끝이 날 수 있겠으나 우리의 현실 경제 속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황당하고도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외국기업의 M&A위협을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작년 말부터 우려의 소리가 높아진 것이 외국기업들에 의한 적대적 M&A위협인데, 이로부터 우리나라 우수기업들의 경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급기야 M&A를 목적으로 특정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매입하는 경우에는 5일간 주식을 추가로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또 공개매수 기간 중에는 인수대상기업의 신주발행을 허용하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증권거래법 개정이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정책은 외국기업의 적대적 M&A위협을 회피하는데 도입목적이 있어 외국기업에게 M&A시장 접근성을 차별하는 제도로 오인하도록 만들 여지가 있으며 이는 시장경제의 원리에도 맞지 않다.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국내기업간 M&A의 기회도 제약하여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적기에 적절하게 인수 합병하는데 제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법개정은 결과적으로 정부의 간섭을 증대시킬 뿐 시장기능을 통한 구조조정마저 가로막을 우려가 큰 것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로 경영권 위협이 증대되자 이를 막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도입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하겠다. 총수가 자신의 경영권을 계열사 지분을 동원하여 보호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기업의 출자관계와 의결권행사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이 정부의 현재 정책이다. 그런데 다시 이로 인하여 경영권이 위협을 받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여 경영권을 보호해주겠다는 것이다. 있는 규제를 해소하면 스스로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데도 현존하는 규제위에 또 다른 규제를 신설하겠다는 정책에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M&A를 시도하는 기업이나 인수대상 기업이나 모두에게 족쇄를 채우겠다는 생각인지 아니면 결국 정부정책에 순응하도록 하는 기업 길들이기의 일종인지 매우 우려스럽다. 이미 총수일가 및 계열사간의 지분 보유관계가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기에 소액주주들은 어떤 기업집단과 계열사가 얼마만큼의 소유-지배 괴리도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소유구조 관련 정보가 공개된 현 상황에서 소액주주는 스스로 책임지는 선택을 하므로 정보부족을 우려하여 도입되었던 출자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는 완화되어야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적대적 M&A방어목적의 출자에 대하여 예외로 인정하는 새로운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고 담당 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유사한 발표를 한 바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부당국이 “남의 돈으로 총수의 경영권을 지키려하느냐”고 비판하였던 스스로의 논리를 저버릴 정도로 출자규제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 된다.
경영권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스스로 방어해야 하는 대상이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아도 적절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우선되어야 할 M&A 보호대책은 현재 역차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내기업에 대한 규제부터 완화시키는 일이다. 새해에는 정부가 불필요한 족쇄를 신설하지 않고 현존하는 잘못된 족쇄부터 폐지하는 용단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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