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묻는다면…
-
- 저자
- 최충규
- 등록일
- 2009.05.25
-
- 원문
- -
- 조회/평점
- 10881 / -
세계경제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로 인해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었을 때 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신자본주의의 실험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오즈 땅에 떨어졌을 때 “더 이상 캔사스에 있는 것 같지 않아”라고 말했던 것에 비유하며 “앞으로는 과거 30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슘페터, 케인즈 등 4명의 전설적인 경제대가들이 아직 살아있다면 이들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보고 뭐라고 했을까? '강대국의 흥망과 성쇠(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를 저술한 예일대의 폴 케네디 교수는 이런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세속의 철학자들(The Worldly Philosophers)'에서 소개된 경제사상가들 중에서 4명의 경제대가를 선정하여 이들이 했음직한 말을 다음과 같이 상상했다(FT 2009. 3. 13일자).
그는 우선 요즘과 같이 신자유주의가 공격받는 상황에서 아담 스미스는 “나는 완전한 자유를 주장한 적이 없다.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제공한 것은 도덕 경제를 강조한 내 입장과 모순된다”고 항변할 것이라고 했다. 스미스는 자유무역과 시장원리를 주창하면서도 유난히 도덕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스미스라면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지출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스미스는 “국가의 번영을 위해 평화, 낮은 세금, 관대한 법의 집행 외에 별로 할 일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공산주의 이론이 레닌과 스탈린에 의해 왜곡되고 1989년 이후 사회주의 경제의 몰락에 크게 상처 받은 마르크스는 “현대 자본주의가 자기모순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보고 기쁨을 느낄 것이다”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생전에 “자본가들이 부를 축적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계속 빈곤해지고, 소비능력을 상실한 대중은 상품 대가를 지불하지 못해 신용위기와 생산위기가 초래됨으로써 결국 자본주의 체제는 붕괴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케네디 교수는 또한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있는 마르크스의 무덤에서는 콧노래가 흘러나와 이곳을 방문하는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흥분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귀족적이고 엄격했던 슘페터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종말이나 런던시의 붕괴와 같은 심각한 타격을 입더라도 새로운 형식의 자본주의가 출현할 때까지 10년 불황을 감내하라”고 강의할 것이라고 그는 상상했다. 그는 또한 슘페터가 불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정말이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슘페터가 하버드대 교수시절에 “신사 여러분, 당신들은 불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를 위해서 불황은 건강에 좋은 찬 물벼락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 것을 그는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케인즈는 뭐라고 할까? 자신의 주장대로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을 보고 행복해 할까? 케네디 교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오히려 미국 재무부가 일자리 창출보다는 부실채권 구입 및 부실은행 구제에 거액의 자금을 쓰고 있고, 영국·일본·중국 등 다른 나라와 의견 조율을 하지 않은 채 돈 잔치를 벌이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대규모 국채를 누가 사줄지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케인즈는 불안해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케인즈가 “비트겐슈타인과 함께 차를 홀짝거리며 사태를 바로 잡을 인간능력의 한계를 안타까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한 명을 더 등장시켜 보자. 금년에 탄생 200주년과 그의 대표 저서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는 찰스 다윈이 자본주의의 미래에 관해 한 마디 한다면 뭐라고 할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상상해 본다.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혁신은 생물계의 변이와 같고, 시장의 선택은 자연계의 선별과 같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널리 허용되는 혁신이라는 이름의 변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시장선택을 통해 누적적으로 증폭되는 과정을 거쳐 자본주의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진화하는 자본주의 그 자체가 답을 줄 것이다.”
최충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choicg@keri.org)
다음글 | 재산권 보호를 통해 R&D 투자를 증대시켜야 |
---|---|
이전글 | 오바마의 대북정책과 우리의 대응방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