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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중소기업 대출 MOU : 일률적인 적용보다는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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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홍재범
- 등록일
- 200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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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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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평점
- 7886 / -
최근 금융권의 화제는 중소기업 대출 MOU 달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신용경색에 대처하기 위하여 은행의 외채에 대해 보증을 제공하기로 하고 대신 중소기업 대출 MOU를 체결하여 중기 대출 실적을 관리하고 있다. 중기 대출 MOU는 ‘대출 증가액의 45% 이상을 중소기업 대출로 유지하고 은행별로는 최근 3년간 중기 대출 증가율을 달성’하는 것으로 은행권 전체로 보면 그 금액이 약 37조 원이 된다. 즉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도록 하여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동성 부족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MOU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당 은행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는 향후 대외지급보증 규모산정, 한국은행은 총액대출한도 조정, 금융위원회는 산하 자산관리공사에서 은행의 부실채권 인수, 금융감독원은 은행 경영실태에 이를 각각 반영하는 방식으로 모든 은행이 중기 대출 MOU 달성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그 결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는 은행이 중기 대출 비율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대출도 기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중기 대출 45% 유지가 오히려 일시적이나마 자금시장 경색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은 19조3천억 원에 달한다. 2007년 말 7조7천억 원에서 작년 말 14조7천억 원으로 불어난 뒤 올 들어 또 다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올해 1/4분기 신규로 발생한 부실채권만 해도 9조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실채권을 부문별로 보면 기업여신의 부실비율이 작년 말 1.41%에서 올해 3월 말 1.82%로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비율이 같은 기간 1.93%에서 2.46%로 뛰었다. 중소기업의 부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해 주는 것은 결국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하는 것이다. 바젤 II상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은 위험가중자산 환산율이 매우 높아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은행은 자산건전성을 위협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대한 대출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흥미로운 것은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 대출금리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소기업 대출이 대부분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에 의거하여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이 발생하면 보증기금으로부터 대위변제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대기업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은행이 중기 대출 37조 원 MOU 달성도 보증기관에서 보증을 확대하면 쉽게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보증확대는 보증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며 여기에 출연하는 금융기관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정부는 올해 6월 말 MOU를 연장할 때 총액증가 기준 목표치를 37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줄이고 대출목표액의 45%를 중소기업에 줘야 한다는 비율에도 예외를 두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부실화되면 서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 상황에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규제의 시행은 그 도입 취지를 손상하고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소기업 대출 MOU 달성’의 사례는 일률적 규제방식보다는 경제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더욱 중요하며, 또한 관계당국과 은행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홍재범 (부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bhong@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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