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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기업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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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에이드리언 울드리지,존 미클스웨이...
- 조회/평점
- 73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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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간일
- 2004.04.30
- ISBN
- 8932430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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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 을유문화사
- 가격
- 8,000
- 서평
- 최충규
철학자 헤겔은 근대사회의 핵심조직을 국가라고 예언했고, 마르크스는 이를 공동체라고 했으며, 레닌과 히틀러는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전의 성직자나 철학자들은 사회를 움직이는 중심축이 교구, 장원, 또는 군주제도라고 설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의 기자인 이 책의 저자들은 5000년에 걸친 기업의 역사를 섭렵하면서 그런 논리들이 모두 허구이며 세상을 움직인 원동력은 항상 기업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현재보다 과거에 훨씬 드라마틱했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대의 사업가들은 주식회사 제도 아래서 유한책임만을 지지만 초기의 사업가들은 재산은 물론 목숨까지 거는 모험 속에서 살았다. 예컨대, 16세기 후반 런던의 상인들은 인도네시아의 향신료를 찾아 항해하는데 투자하였지만 선원의 대부분이 폭풍우와 역병에 쓰러지고 보잘 것 없는 화물 몇 개 건지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어떤 선장은 지중해를 항해하면서 선원들에게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변변치 않은 보수에 목숨을 걸 필요가 있겠어? 세인트헬레나 섬에 가서 왕이나 돼야지.” 당시의 항해는 요즈음의 우주 개발만큼 위험한 것이었으며, 상인과 선장의 관계는 기업주와 경영자,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였다. 보험, 기업지배구조, 주식회사 및 유한책임제도 등은 이런 배경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이 책의 두 번째 테마는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관한 것이다. 기업의 초기 역사는 제국주의, 투기, 바가지 상혼, 학살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한 때 기업은 사기, 속임수, 특혜, 불법, 뇌물, 탄압, 부패, 협박, 정탐, 폭력의 대명사였다. 이와 같은 기업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생겨났고 독점금지법이 만들어졌으며 불공정행위를 일삼은 대기업들은 해체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견제 속에서 기업들은 윤리적인 면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보다 정직해지고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으며, 사회적 책임감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한 국가가 자랑할 수 있는 사기업의 숫자가 군함의 숫자보다 더 국력을 가늠하는 유용한 잣대로서 평가받고 있다. 저자들은 2001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이 자랑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는 550만 개에 달하지만 북한에는 그런 기업이 단 한 개도 없다고 하면서 이 기준은 정치적인 자유를 측정하는데도 유용하다고 지적한다. 사기업의 생산성과 관련하여 영국의 대처 수상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당나귀 등에 페이트칠을 한다고 해서 얼룩말이 되지는 않는다.” 당시의 내각이 공기업을 과감히 민영화하지 않고 대신 민간기업의 흉내를 내게 하는 ‘기업화운동(corporatization)’을 출범시킨데 대해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 책의 세 번째 테마는 기업의 역할이다. 저자들은 서방세계가 경쟁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탁월한 기술력과 자유분방한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기업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주식회사는 투자재원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했고,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으며, 대규모 조직에 효율적인 관리체제를 정착시켜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서방세계를 옛 제도나 관습으로부터 탈피하게 만들었던 문명화의 바람이 중국과 이슬람 세계를 바꾸는 데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기업의 품속에 따뜻하게 안겼던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우연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조명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기업이 미래에 직면하게 될 어려움은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사회의 기업에 대한 반응에서 파생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자율화 조치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예전에 비해 기업이 준수해야 할 사항이 훨씬 많아졌으며, 행정 편의를 추구하기 위해 시작된 기업에 대한 조사감독권이 날로 그 무게를 더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업에 폭넓은 활동공간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함께 역사는 정부와 기업 사이의 벽이 두터워졌을 때 양자 모두 번영의 길을 달려왔다는 교훈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들은 이 외에도 한참 앞서가던 영국이 왜 미국한테 뒤쳐지게 되었는지, 영미식 자본주의와 독일 및 일본식 자본주의가 어떻게 다른지, 기업의 본질이 무엇이고,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등에 대해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과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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