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임병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증권시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졌다. 시장이 호황일 때에는 모두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증권시장이 고맙지만 불황이 오게 되면 엄청난 금액의 돈이 거품처럼 사라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시장은 자본주의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장치이다. 기업의 소유권을 쪼개서 사고팔며 거래를 통하여 기업 가치가 매겨지며 개인들이 저축한 돈을 기업의 사업 자본으로 변화 시키고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본자산의 현금화를 용이하게 도와주며 무엇보다도 분산 투자를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게 하여 사회 전반적인 위험 수준을 낮춰 준다. 한 사회의 빠른 경제 성장에는 위험을 수반하기 마련인데 바로 증권시장이 위험 감수를 조장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일들이 독립적이지 않고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으로 자유시장경제의 심장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증권의 유동성이 떨어지게 되면, 기업은 자본 조달에 큰 거래비용이 필요할 것이며 기업의 소유권은 부동산 소유권과 같아 높은 거래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최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여 시민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적절한 가격에 공급받지 못하는 시장 실패를 가지고 오게 된다.
피터 번스타인(Peter L. Bernstein)의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투자 아이디어(Capital Ideas-The Improbable Origins of Modern Wall Street)』는 증권시장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일반 투자자의 투자형태가 금융ㆍ투자 이론의 발달과정에서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자신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투자업계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경제학자겸 투자전문가인 그는 『저널 오브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Journal of portfolio management)』의 초대 편집장을 지내며 누구보다 투자자의 투자형태의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어쩌면 최근 40년 동안의 투자변화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인물이 아니었나 싶다. 금융ㆍ투자와 관련된 기존 책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금융현장에 기본적인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 피셔 블랙(Fisher Black), 유진 파머(Eugene Fama), 윌리엄 샤프(William Sharp) 등과 같은 인물들과의 직접 대화를 소개함으로써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수리적 방법으로 유도되어 이해하기 어렵기만 한 투자 방식의 기본 아이디어들을 이해하기 쉽게 전개하여 독자들의 부담을 없앤 것은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는 현대 금융ㆍ투자 이론의 시발점이 되는 연구는 주가의 예측 가능성을 엄밀하게 연구했던 1900년 수학자 바슐리에(Bachelier)의 연구로 현대 금융이론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연구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당시 금융은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금융관련 경제학자인 사무엘슨에게 전해져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무려 60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바슐리에는 금융수학 분야의 선구자로 당당히 인정받아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적인 금융수학학회가 그의 이름은 본 딴 'Bachelier Finance Society(BFS)'로 불리고 있다. 저자는 현대의 금융ㆍ투자 이론이 상아탑에서 금융현장으로 이동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자본이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었던 연기금 펀드의 주식시장 유입으로 시작된 펀드 매너저들의 과다한 경쟁과 1974년 금융 쇼크라고 말하고 있지만 현장에 적용된 투자이론의 기본 아이디어는 1990년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마코위츠(Markowiz)의 1952년 3월의「포트폴리오 선택(Porftolio Section)」으로부터 시작이라 밝히고 있다. “리스크가 모든 투자에서 핵심이다”는 현대 투자개념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는 편입 종목의 평균 리스크가 아닌 공분산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후 케인즈 이론의 토대를 메운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이 밝힌 “위험한 자산으로 가장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작업은 투자자가 무위험 자산과 위험 자산을 어떤 비율로 나눠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것인지와 전혀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은 기존의 펀드 매니저들에게 더욱 세련된 포트폴리오 투자방법을 선물하게 된다. 이 밖에도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기업평가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모형화한 CAPM 이론, 코울스(Coles)로부터 시작된 증권시장 데이터 분석기법의 발달과 함께 나온 파머의 효율적 시장가설, 기업 가치는 기업의 재무구조와 무관하다고 밝힌 모디글리아니-밀러(Modigliani-Miller)정리, 현대 금융에서 빠질 수 없는 블랙-숄즈-머튼(Black-Scholes-Merton)이 만들어낸 파생상품의 가격결정이론, 그리고 1987년 10월 19일에 있었던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의 원인이라 불리는 포트폴리오 보험(portfolio insurance)이론까지 금융ㆍ투자 이론이 발달한 필연적인 과정들을 서술한 저자의 전개 방식은 이 책에 엄청난 흡입력을 가져다준다.
현재 일반 투자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투자자는 직접투자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펀드에 많은 투자 비중을 두고 있다. 더욱이 소수의 주식 종목으로만 구성된 펀드보다는 많은 수의 주식, 혹은 S&P500이나 KOSPI200과 같은 종합지수에 기반을 두고 투자하는 펀드 그리고 채권과 같은 안전한 투자 대상과 혼합한 유형의 펀드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선택이론과 토빈의 분리정리, 샤프의 CAPM이론이 복합적으로 금융현장에 적용된 결과이다. 또한 포트폴리오 보험이론은 선물과 옵션 시장의 발달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출판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투자형태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파생상품의 무분별한 거래에 그 원인이 있는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직접투자나 리스크가 큰 투자보다는 더욱 안전한 투자 형태인 펀드 투자로 돌아서게 되었으며 이것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이론에 충실한 투자유형인 것이다. 우리나라 펀드시장의 경우, 순자산 규모는 2009년 12월 말 현재 314.7조로 약 150조원에 달했던 2000년도에 비해 두 배가량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가장 대표적인 투자형태로 자리 잡았다. 현대의 투자기법이 어디서부터 나왔으며 미래의 투자기법이 어떻게 변해갈지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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