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이병기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가면서 자유주의 경제학자와 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반(反)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자유시장 정책이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의 계획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를 예견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들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가속화시킨 주범은 미국정부와 중앙은행의 경제개입 때문이었다고 보고 있다.
짐 콕스(Jim Cox)의 저서 『간결한 경제학 길잡이(The Concise Guide to Economics)』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관점에서 시장경제의 운행원리를 정리한 입문서다. 오스트리아학파는 행동하는 개인을 모든 경제문제를 이해하는 궁극적인 기초로 보고 이것을 의식적으로 강조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오스트리아학파의 전통에 따라 쓰여졌다는 점에서 신고전학파의 주장과도 상당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필자가 서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어려운 경제학적 주제들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그 주제들과 자유시장의 관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진 책이다. 콕스는 각 주제에 대해 매우 간결한 분량으로 핵심요지만을 다루고 있지만, 간결하게 서술함으로써 초래되는 서술의 생략문제를 각 장의 마지막에 정리한 참고문헌을 통해서 보완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는 기초와 응용, 제2부는 화폐와 금융, 제3부는 기술적인 사항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에서 모두 총 37개의 시장경제와 관련된 주제들을 명료하게 서술해 놓고 있다.
콕스는 제1편에서 기업가정신, 이윤ㆍ손실 체계, 자본가 기능뿐만 아니라 규제, 면허, 독점 및 독점금지, 시장경제 대 명령경제, 자유무역 대 보호무역제도 등에 대해서 오스트리아학파 시각에서 논의하고 있다. 신고전학파 완전경쟁 이론에서 기업가의 역할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지만 오스트리아학파의 관점에서 기업가정신은 시장경제를 움직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사회주의 이론에서 이윤이란 ‘불가피하게 자본가들이 근로자들로부터 훔친 가치’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는 자본가는 근로자의 기능만큼 유용하며 이윤은 임금만큼이나 정당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유 시장경제에서는 이윤ㆍ손실체계가 매우 중요하다. 전형적으로 이윤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효율적인 경제를 위해서는 손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윤은 소비자들이 높이 평가하는 품목을 생산하도록 자원을 사용하라는 신호이고, 손실은 저평가되는 품목들의 생산을 중단하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제2부는 화폐와 금융과 관련된 것들로 인플레이션, 금본위제 연방준비제도, 경기순환 대공황 등을 다루고 있다. 오스트리아학파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은 화폐공급의 증가로 생기는 현상이다. 화폐공급의 증가는 경기순환과도 관련된다. 통화주의자들은 경기순환의 원인으로 화폐의 공급을 문제 삼고 있기는 하지만 통화정책의 나쁜 효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스트리아학파에 따르면 화폐공급이 경기순환을 초래하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경기순환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화폐공급이 시장에서 개인들의 자유선택에 의해 결정되도록 자유방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들을 통해 인위적으로 화폐공급을 증가시키면 이자율이 떨어지고 ‘이자율에 고도로 민감한 지출(자본지출)이 인위적으로 증가’하여 호황이 발생하게 되지만, 부적합투자(malinvestment)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3부에서는 기술적인 사항들로 방법론, 노동가치론, 경제사상의 역사 등을 다루고 있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실증주의를 거세게 비판한다. 흔히 저지르는 잘못된 방법론은 사실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실증주의 또는 경험주의라고 지적한다. 시카고학파의 접근법은 흔히 ‘말의 입을 벌려 이빨을 세는(open the horse’s mouth and count teech)’ 방식(경험적 접근법)으로 설명하면서 이러한 방법론이 이빨을 세는 데는 아주 적합하지만 목적 지향적인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완전경쟁은 현대경제학이 기업, 가격 및 자원배분을 다루는 과정에서 잘못 개발한 이론이라고 지적한다. 완전경쟁이론은 실증주의와 수학이 경제학에 미친 영향력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자가 그토록 신봉하는 아담 스미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아담 스미스가 ‘주관주의 대신에 잘못된 생산비 이론을 택했는지 굉장한 수수께끼’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의 서술방식은 이처럼 오스트리아학파의 관점에서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오스트리아학파의 관점을 쉽게 이해하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신고전학파를 지지하는 학자들도 자유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오스트리아학파의 핵심주장과 논지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자유경쟁의 질서를 강조하는 아담 스미스류의 고전적 시장경제체제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시각에서 보면 낡은 자유주의이며 앞으로의 새로운 경쟁질서 및 시장경제의 체계는 새로운 자유주의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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