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유진성
책의 제목만을 보면 혹 독자는 경제학이 세상을 바꾸는데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세계사에서 경제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학문과 비교해서 어떠한지, 세상을 바꿀 정도로 위대한 경제학은 무엇인지 등이 책의 주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책의 제목이 ‘세상을 바꾼 경제학’이니 만큼 그러한 내용과 아주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제일 먼저 노벨 경제학상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노벨 경제학상이 생겨나기까지의 비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 대한 암묵적인 특징 등을 언급하고 있다. 예컨대 노벨경제학상의 정식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경제학 스웨덴은행상’이지만 일반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으로 통용된다는 점, 앨런 그린스펀은 한 때 세계경제를 쥐락펴락 했었던 인물이자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통화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대부분은 서유럽과 미국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책의 내용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이 처음 수여된 1969년 이후로부터 지금까지의 수상자들 가운데 11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인생과 경제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수상년도 기준으로 1976년 밀턴 프리드먼, 1981년 제임스 토빈, 1987년 로버트 솔로, 1988년 모리스 알레, 1994년 존 내쉬, 1998년 아마르티아 센, 2002년 대니얼 카너먼, 버논 스미스, 2005년 로버트 아우만, 토머스 셸링, 2008년 폴 크루그먼 등이 그들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들인 만큼 한 세대를 대표하는 주요 경제이론과 함께 그들의 인생여정을 기술하고 있다. 또한 가능한 경우 해당 경제이론이 현실에서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도 여러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독자나 근대 경제사나 경제이론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가 필요한 독자들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경제학자들 및 그들의 이론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밀턴 프리드먼은 존 메이너스 케인스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프리드먼은 처음에는 케인지안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지만 나중에는 이를 비판하고 자유방임주의와 시장제도를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주장하였다. 프리드먼은 통화 공급이 경기순환과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며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는 통화주의자이기도 했다. 케인스 정책이 명백하게 실패했던 시기에 프리드먼이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는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후에 발생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최근 일련의 세계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케인스와 프리드먼식 경제해법의 대결이 다시 재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8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은 케인스 경제학을 지지하는 대표적 학자였다. 그는 케인스 경제학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와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보다는 나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토빈세, 토빈의 q이론, 토빗 모델로 잘 알려진 제임스 토빈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말로 유명한 포트폴리오 이론으로도 유명하다.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솔로는 자본축적이나 노동력보다는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솔로는 당시 경제학에서 널리 알려진 해로드-도마 이론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본인이 직접 이론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솔로의 경제성장 이론을 완성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눈에 띄는 또 한 사람은 존 내쉬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그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천재 수학자이자 상당히 오랫동안 정신질환을 앓았고 많은 고통을 겪었던 광기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내쉬는 1950년 ‘비협력게임’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수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로부터 그 유명한 내쉬균형이 탄생하게 되었다. 논문 발표당시에는 내쉬균형이 경제학과 사회학에 미칠 파급효과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독일의 라인하르트 젤텐, 헝가리의 존 하사니(라인하르트 젤텐과 존 하사니는 1994년 존 내쉬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 미국의 로버트 아우만, 미국의 토머스 셸링(로머트 아우만과 토마스 셸링은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 등 여러 명의 경제학자들의 연구를 거치면서 내쉬균형은 의심할 여지없이 경제학에서 가장 자주 응용되는 게임이론의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역대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들 거의 대부분은 서양인이었는데 아시아 출신의 수상자로는 인도출신의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이 유일하다. 센은 빈곤, 기아, 불공정한 분배 등과 같은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한 후생 경제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노벨 위원회는 그가 중요한 경제문제에 윤리적인 관점을 부활시켰다고 평가했고, 독일의 총재는 센을 경제의 마더 테레사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센의 수상은 서양 경제학자들이 지배하는 경제학 역사에서 하나의 큰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경제학에 심리학을 적용하여 행동경제학을 탄생시킨 경제학자로 유명하며 공동수상자인 버논 스미스는 인간의 경제행동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려고 한 실험경제학의 선구자였다.
이외에도 198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모리스 알레는 알레의 패러독스로 유명한데 알레의 패러독스는 대니얼 커너먼의 행동경제학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다. 알레의 경우 많은 저작물이 프랑스어로 쓰여진 관계로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그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의 주인공인 폴 크루그먼은 무역패턴과 경제활동의 입지에 관한 분석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크루그먼은 1997년 이후 프린스턴 대학교 및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로서 뉴욕타임즈에 논설을 쓰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명성을 얻으면서 21세기 초반 세계 언론이 주목한 아주 유명한 경제학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세상을 바꾼 경제학’은 1969년 이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많은 사람들 가운데 11명만을 소개하고 있다. 독자에 따라서는 그 외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에 대해서 궁금해 하거나 혹은 그들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아쉬워할 수도 있겠다. 이 책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1969년부터 2012년까지 총 71명의 역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름과 간략한 내용을 따로 정리하였다. 혹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있다면 독자 스스로 찾아보는 것도 경제학 학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까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서양인이 아닌 경제학자는 인도출신의 아마르티아 센이 유일하다. 앞으로는 아시아에서 더 많은 수상자가 배출되기를 바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최초의 수상자가 빨리 탄생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혹시 이 책을 읽고 동기 부여된 독자 가운데 미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탄생할지는 어느 누구도 모를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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