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김윤경
한국 경제의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경고가 넘쳐난다. 수년간 이자비용조차 수익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나 과다경쟁과 과잉설비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산업의 문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매일 다루어진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나 구조조정과 관련된 정책과 기업 개별적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지금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동시에 기반에서부터 우리 기업, 더 나아가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앞서서 고민한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26인이 쓴 「축적의 시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한국 대표 산업과 분야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를 선정하여 진행한 1:1 인터뷰에 기초한다. 우리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흔하지 않은 석학들은 각자의 어조로 –담담하거나 매섭거나- 한국 산업을 진단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반도체부터 가전, 자동차, 정보통신, 기계, 조선, 항공우주까지 다양한 산업의 발전과정과 문제점이 서술되고 있다. 사례나 국제비교들도 흥미롭다. 정부의 산업정책만이 아니라 상속세와 같은 관련 이슈들에 대한 의견도 찾을 수 있으며, 기업 경영과 교육에 대한 제언도 들어 있다. 내용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가며 독자가 가질만한 의문들이 대담 질문으로 물어지는 꼼꼼한 프로젝트 기획에 감탄하게 된다. 일체의 외부 재정지원 없이 한국 산업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쓰여진 책은 곳곳에 Made in Korea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고 있다.
책에서 산업별로 위기의 원인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인 지적은 우리나라는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개념설계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부 선진 개념을 수용해 실행하는 방법은 우리나라가 추격자의 위치에서 적은 시간에 고도의 성장을 달성하게 했다. 그러나 경제가 성숙하고 발전함에 따라 그러한 방법은 가치를 상실하고 오히려 새로운 신흥국에게 추격을 허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장시간 축적하여야 하고 그 시간을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축적의 시간을 각자 보내온 석학들은 누구보다도 축적을 강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부제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Made in Korea,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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