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송용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저금리를 유지해 오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가 드디어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소비, 고용 등에서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이 목격되면서 7년간의 사실상의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보려는 일본의 아베 정부는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양적완화 정책을 아베노믹스의 근간으로 삼고 있으며,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지 못한 유럽과 경제성장 둔화 추세에 있는 우리나라 역시 금리인하를 통한 적극적 경기부양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과연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 금융위기 이후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의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던 때에 출간되어 큰 관심을 모았다. 경제학계의 두 거장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끝나지 않은 논쟁이 부활한 것이다. 저자는 100년간 경제학계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이론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각국 정부의 정책 형성 과정을 역사적 배경부터 그들이 처한 상황, 논쟁의 전개 과정 등을 망라하여 연대기 식으로 풀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자료를 기반으로 한 그들의 대화 내용, 편지, 저술 등이 소개되어 마치 이들의 일생을 함께 훑어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개인사와 심리에 대한 묘사는 두 석학의 어려운 논쟁을 좇아가는 데 있어 독자의 흥미와 이해를 더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나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경기 순환, 즉 불황이 찾아오고 해소되는 과정에 대한 견해의 차이를 드러낸 부분이다. 케인스는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면 수요가 둔화되고 물가가 떨어지면서 경제 활동이 둔화되고 실업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시장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때에는 정부가 공공사업 등 재정 지출과 통화 팽창을 통해 수요를 만들어 내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투자가 저축보다 많으면, 즉 생산자가 자본재를 더 많이 생산하고 신용이 과잉 공급되면 불황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가격의 기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균형을 향해 간다고 믿었던 하이에크는 국가가 통화정책을 통해 이 시스템에 개입하지 않는 한 불황은 스스로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는 케인스의 주장이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한 뉴딜 정책에 반영되면서 1960년대까지 미국의 경기부양 정책의 틀을 제공했다. 그러나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불황 속에서 실업과 물가가 동시에 증가함에 따라 케인스식 해법보다 감세, 규제 완화 등 공급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하이에크의 자유주의식 해법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 케인스와 하이에크적 사고의 절충 시기를 지나,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양적 완화를 통한 케인스식 경기부양책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서 또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청년 실업과 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사회 보장의 확대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그러나 무작정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 아니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가 고개를 들고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열망이 짙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비해 자본주의의 성과가 컸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현대 경제와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두 근간, 큰 정부와 작은 정부에 대한 사상을 이해하고 현 상황에서의 적절한 해법을 찾는 데 있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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