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송용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저성장의 사이클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증기기관, 전기의 도입과 비견될 만큼 기술과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는데 기업에서 사람을 다루는 방법은 증기로 공장을 돌리던 시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경영 사상가로 주목받고 있는 데이비드 버커스 교수는 이 책에서 전통적 조직관리 방식이 혁신과 창의를 바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지적한다. 20세기 경영학의 구루 프레더릭 윈즐로 테일러가 창시한 과학적 관리법은 노동자들의 육체적 에너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업무의 성격이 지식 노동으로 바뀌면서 대부분의 조직과 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직원들의 정신적 에너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정신적 에너지를 증폭시킬 수 있는 13가지의 경영 원칙을 제시하고 여러 연구결과와 기업의 사례를 통해 왜 그것이 효과적인지 설명한다.
저자의 아이디어들은 전통적 경영관에 비추어 볼 때 매우 급진적이다. 13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과도한 이메일은 업무 집중도와 생산성을 저해하므로 최대한 제한하거나 금지하라. 고객보다는 직원의 니즈를 우선시할 때 고객만족도가 높아진다. 무제한적인 휴가 정책을 실시할 때 직원들의 성과가 높아진다. 퇴사 보너스를 지급하여 조직과 맞지 않는 직원은 빨리 떠나게 하라. 급여를 공개하면 직원들이 성과 평가와 보상이 더 공정하다고 느낀다. 동종업계로의 이직을 허용하면 더 넓은 네트워크를 얻는다. 관리자가 실적을 평가하기보다는 빈번한 미팅을 통한 피드백과 경력관리가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 직원 채용은 함께 일할 팀원들에게 맡긴다. 경직된 조직계층보다는 해결할 문제와 제품 위주로 유연하게 조직을 구성하라. 폐쇄적인 사무실로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되 개방형 공간도 사용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라. 일부러 비생산적 시간을 보내도록 안식휴가제도를 실시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관리자의 지시보다는 직원들의 자율관리체계가 효과적이다. 회사를 떠난 직원들의 동문네트워크는 새로운 고객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이다.
이와 같은 경영의 혁신이 지식 노동자들의 창의성, 자율적 참여, 충성도를 이끌어내어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성과 실적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실리콘 밸리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부터 보수적 경영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의료서비스업이나 제조업,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제 차용함으로써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보다도 훨씬 경직되고 수직적인 경영관리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의 조직원 입장에서 볼 때는 정말 놀라운 혁신이다.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수많은 경영자들은 직원들의 지식과 역량이 기업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영방식이 직원들에게 충분히 동기부여를 하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의 말미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13%의 근로자만이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그 수치가 조금 더 높아 3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기업들이 개인이 발현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활용하는 비효율적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근로자 중에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원동력이 그나마 다른 국가들보다 조금 더 높은 열정의 힘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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