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의 좌승희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어느 나라나 고유한 문화적 전통과 법적 장치 그리고 특별한 제도적 환경이 있고 경제를 운용하는 방식, 경제생활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등도 다 달라 기업지배구조도 그 나라의 경제적 특성을 반영해 내생적으로 진화하는데, 이러한 원리를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특정 기업지배구조를 원용하거나 각 경제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미국  Northern Illinois 대학의 권진균 교수는 “동아시아 경제모형의 재평가”라는 기조연설을 통하여 동아시아국가의 경제위기와 일본의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경제성장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음을 강조하였다. 권교수는 무엇보다도 동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더불어 수출과 제품전문화의 방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효과적인 산업정책이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하였다. 권교수는 동아시아 국가의 인적자원이 효과적인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는 ‘경제발전 로드맵’을 지녔다고 역설하였다.

첫 번째 주제 발표자인 호주국립대학의  Drysdale 교수는 권위 있는 일본경제전문가로서 “일본의 기업지배구조의 주요 쟁점”이란 논문을 통해 최근 일본 기업지배구조의 주요 이슈를 논의하였다. 그는 일본 기업지배구조의 주요 특징으로서 기업간 상호출자와 주거래은행의 지분출자를 꼽았다. 특히 이러한 지분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어 왔으며 기업에 대한 감시가 주주(shareholder)보다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일본식 기업지배구조의 장점으로 경영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우선 꼽고 있으며 기업을 감시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그 비용이 낮다는 점 그리고 교육훈련에 따른 비용을 내부화함으로써 그 수준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에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이 크게 떨어지며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이 낮게 평가되고 적대적 기업인수나 M&A의 움직임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는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으며 은행중심의 간접금융으로부터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자본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Drysdale 교수는 한 국가와 사회의 제도적 장치가 갖는 강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을 고려할 때 일본경제에서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의 정착은 여러 가지 도전을 받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기업지배구조는 일본경제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예견하였다.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홍인기 증권연구원 고문(전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중국의 기업지배구조”라는 발표를 통하여 중국 증권시장에서 나타난 중국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과 특성을 설명하였다. 현재 세계 제7위의 시가총액을 보이고 있어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증권시장은 국유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중국 특유의 기업지배구조를 탄생시키고 있다고 그는 설명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자본시장에는 많은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다고 경고하였다. 우선, 적자상장기업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상장기업의 수익성이 여러 지표에 의하여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다음으로 증시 상장 후에도 대주주로서 정부의 영향력이 커서 상장은 결국 주식자금의 동원수단으로 인식된다는 비판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특히 중국 주식회사 제도의 특성으로 인하여 종업원대표와 당(黨)의 영향력이 큼에 따라 나타나는 기업지배구조 상의 문제점을 홍고문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도 기업지배구조가 주식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이에 대한 프레미엄이 크다는 사실이 잘 인식되면서 중국 증권당국은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기업지배구조의 감독체제를 강화하였음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조치의 일환으로 사외이사제를 강화시켰고 이사회를 필수기관화하였으며 외자를 이용한 국유기업의 구조조정과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법규를 제정하였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2001년 6월 국유주 처분결정이 내린 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격노한 투자자들의 저항이 뒤따르자 1년후 이를 전면 백지화하는 등 혼란이 나타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홍고문은 국유기업과 민영화된 기업의 성공적 지배구조의 정착과 개인보다는 조직을 통한 기업경영의 정착이 향후 중국의 큰 도전이 된다고 지적하였다.

세 번째 주제발표자는 산업연구원의 이석기 연구위원으로서 이위원은 “북한의 1990년대의 경제위기와 기업지배구조의 변화”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위원은 20명의 탈북자 인터뷰자료를 통해서 1990년대 들어 북한의 중앙집중적 물자공급 체계가 급속하게 약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북한 기업의 지배구조의 변화양상을 추적하였다. 기본적으로 1960년대 이후 북한기업의 관리체계의 원형이 아직까지는 변화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위원은 북한 기업지배구조의 변화조짐으로서 계획화 체계의 붕괴와 초보적인 내부자 통제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계획의 일원화ㆍ세부화’ 체계는 크게 약화되어 기업경영의 여러 측면에서 내부자의 실질적 통제력이 강화되고, 외부자에 의한 효과적인 감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내부자 통제는 구소련이나 중국의 ‘이익추구형’ 내부자 통제와는 구분되는 ‘생존추구형’ 내부자 통제라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지적한다. 다음으로 기업내부자들간에 광범위한 담합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생산을 직접 장악하고 있는 지배인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기업내 부분적인 분권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생산활동에서 당비서의 권한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공식적인 제도가 기업의 재생산을 보장해 주지 못함에 따라 생존을 위해 기업 내ㆍ외부자들 사이에 담합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지배인과 당비서간에 일종의 부분적인 담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배급제의 붕괴에 따라 노동자에 대한 국가 및 당의 통제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과 노동자간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이한 현상으로 노동자는 기업에 화폐소득을 지불하고, 기업은 그에 대한 대가로 노동자에게 종업원이라는 지위를 제공하는 초보적인 계약관계도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형식상 기업에 적을 두고 장사 등을 통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당 조직이 이들을 정치사업 등을 통하여 통제하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네 번째 주제발표자인 한국경제연구원의 박승록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 국가에서의 기업의 소유집중과 성과”라는 논문을 통하여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에 있어서의 기업의 소유구조와 성과 그리고 기술적 효율성간의 상관관계를 계량분석을 통하여 제시하였다. 우선 한국에서는 기업의 소유구조가 집중되어 있을수록 이윤율, 주식자금․총자산 및 가동자본에 대한 수익률 그리고 기술적 효율성이 커짐을 발견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에서는 기업 소유구조의 집중도는 이윤율과 총자산의 수익률 변수와만 정(正)의 관계를 보이고 있음을 밝혔고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성과가 기업 소유구조와는 무관함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인접한 동북아 삼국에 있어서의 기업의 소유구조와 성과간에 상이한 인과관계가 나타나는 것은 아무래도 각국의 역사와 사회적ㆍ경제적 제도의 차이 그리고 기술적 부존조건이 다름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결과라는 것이다. 박위원의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기업지배구조의 특성이 각 사회와 경제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경로의존성의 문제를 비중있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