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RI Insight
공정거래법상 경제력집중 및 대기업집단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21.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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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열

요약문
경쟁법은 개별 기업의 경쟁제한행위(anticompetitive conducts)를 금지하는 법으로서, 전 세계 100여개가 넘는 국가가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법이 자유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법이라고 해서, 기업 및 시장경제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법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일본과 유럽의 경쟁법을 모델로 하여 1981년부터 시행되고 그 이후 수 십 차례 개정 되었는데, 법체계적 정합성이 대단히 떨어진다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은 이른바 ‘경제민주화’와 ‘경제력집중 억제’를 이유로 대기업집단을 규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이다. 헌법상 경제민주화는 권위주의적 정치권력의 탄생을 방지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며, 공정거래법에 의한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의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경제력집중 자체 또는 기업의 규모 자체를 문제 삼는 나라는 없으며 경제력집중 자체가 나쁘다는 실증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나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시장을 전제하여 “경제력집중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경쟁을 떨어트린다”거나 “공정한 소득분배를 위해서는 경제력집중을 없애야 한다”는 잘못된 도그마가 팽창하고 있다. 기업집단지배구조의 경우 최선책(best solution)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있는 것처럼 간주하고 있는데, 여하튼 공정거래법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다.
특히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및 제23조의2는 법의 해석·적용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경제력집중 개념은 거시적 산업정책 또는 경쟁정책의 가이드라인 정도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원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특히 판례가 부당지원행위의 부당성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기업투명성 저해, 지원주체 또는 기업집단 전체의 부실화 위험, 소액주주와 채권자 등의 이익 저해’ 등은 경쟁제한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상 지원행위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부적절하다. 또한 헌법도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에 대한 규제를 정하고 있을 뿐, 경제력 그 자체를 방지 또는 금지한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제력집중 / 대기업집단 억제책은 글로벌 시장 현실에 맞지 않고 한국 대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여 국민 경제에 역효과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간 거래행위의 부당성은 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체계적 위치를 고려할 때, 오로지 ‘공정거래 저해성’에서만 찾는 것이 타당한데, 판례는 ‘공정거래 저해성’을 ‘지원객체가 속한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으로 보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부당성이 인정된 사례들을 보면, 공정위나 법원은 법 제23조 제1항 제7호 소정의 지원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함을 알 수 있다. 계열사 간 거래행위는 당해 행위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한 ‘부당공동행위’에 해당되지 않거나 또는 법 제23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지원행위는 지원객체가 속한 관련시장에서 오히려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객체의 투자자, 채권자, 피고용인, 납품업체,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차원에서만 본다면 기업 간의 지원행위는 정당한 기업협력 행위로서 경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無害한 행위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력집중이나 대기업집단은 그 자체로서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경제력집중 억제책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폐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대기업집단이 어떤 행위를 통해 사회에 구체적인 해악을 초래하면 그러한 행위는 당연히 규제되어야 할 것이나,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들조차 규제하지 않는 경제력 집중을 이유로 대기업집단을 억제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음이 경쟁당국의 정책결정과 집행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목차
Ⅰ. 서론
Ⅱ. 경제민주화와 경제력집중의 의미
Ⅲ. 부당지원행위 규제 문제
Ⅳ. 특수관계인 부당이익제공 금지
V. 대기업집단 규제 강화 개편안 문제
Ⅵ.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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