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RI Insight
경제력집중 통계의 진실
1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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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학, 최원락

요약문
지난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경제력집중은 경제민주화와 함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지만 경제력집중의 실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경제력집중은 일반적으로 대규모 기업집단의 자산액 또는 매출액을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합계(GDP)로 나눈 값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계측이 쉽지만 서로 비교할 수 없는 변수를 비교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상호 비교 가능하고 시계열 단층이 없는 변수를 이용하여 고용, 매출, 자산의 측면에서 2001~2011년 기간 중 30대 기업집단의 비금융업 부문 집중도를 추정, 분석한다.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적인 방법대로 GDP 변수를 이용하면, 제대로 측정한 경우와 비교하여 경제력집중도는 최대 60% 내외의 상향편의를 보이며, 그 편차는 갈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다. 즉 GDP 기준 집중도는 높은 상태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錯視)현상을 발생시키는 등 경제력집중의 실상을 왜곡 전달하는 오염된 척도이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주요국의 상위 20대 기업의 자산 집중도를 추정하면, 스웨덴 > 프랑스 > 독일 > 한국 ≒ 영국 > 일본 > 미국의 순서로 높으며, 한국의 경제력집중은 프랑스나 독일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 GDP 대신에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이용하여 30대 기업집단의 집중도를 추정하면, 2010~2011년 기간 중 다소 증가하였으나 추세적 변화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매출기준 집중도는 35.7%(2001) → 32.6%(2007) → 38.9%(2011), 자산 집중도는 32.5%(2001) → 38.2%(2007) → 39.3%(2011)로 최근에 다소 증가하였다. 최근에 집중도가 증가한 이유는 2010~2011년 기간 중 있었던 다수의 대규모 M&A와 일부 산업의 해외매출 호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4대 기업집단의 집중도 역시 단기적인 등락(騰落) 현상이 있지만 장기적인 증가 추세에 있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의 매출기준 집중도는 21.8%(2001) → 17.3%(2007) → 20.1%(2011), 자산 집중도는 17.3%(2001) → 17.7%(2007) → 18.8%(2011)이다. 기업집단 내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30대 그룹을 모집단으로 하는 허핀달 집중지수를 별도로 측정해본 결과, 이 지수는 분석기간 중 감소했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사실은 5위~20위권 기업집단의 상대적 비중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넷째, 30대 기업집단 중에서 특히 21~30위권 기업집단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보고 규제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2011년 기준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매출 집중도는 29.7%인데 비해 21~30위권의 집중도는 3.5%에 불과하다.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사전규제는 다른 나라에 없는 한국 특유의 제도이며, 개방경쟁 환경에 맞지 않는 역차별 규제라는 점에서 폐지하고 그 대신 경제력 남용에 대한 규제를 보강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면, 최소한 지정기준을 현행의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에서 20대 기업집단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목차
Ⅰ. 연구의 배경
Ⅱ. 경제력집중 규제의 특징
Ⅲ. 경제력집중 규제론의 내용과 한계
Ⅳ. 선행연구의 특징과 한계
Ⅴ. 경제력집중, 杞憂인가 事實인가
Ⅵ. 맺음말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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