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 칼럼
[국민통합 칼럼 시리즈 17] 자유시장경제가 더 나은 사회통합을 이룬다
13. 4. 23.
안재욱
사회통합은 ‘사회 구성원들이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결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회통합이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이념, 계층, 지역, 세대, 성, 빈부의 차이에 따른 갈등이 심각한 상태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갈등이 많은 사회보다는 적은 사회가 더 안정적이고 발전적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는 생산적인 곳에 쓰일 자원과 에너지가 비생산적인 정치적 활동에 더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갈등을 없애고 구성원이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사회통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완벽한 사회통합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갈등 없는 사회는 없다. 왜냐하면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성향, 선호, 추구하는 바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욕구가 모두 다르고 인간의 욕망을 모두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회에서든 개인 간의 갈등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개개인의 욕구를 완벽하게 조화하여 하나의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사회통합에서 핵심은 완벽한 사회통합이 아니라 갈등을 최소화하며 다양한 욕구를 조화시키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갈등을 최소화하며 다양한 욕구를 조화시키는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다. 판매자는 되도록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하고 구매자는 가능한 한 낮은 가격을 지불하려고 한다. 이렇게 상충된 이해관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개인의 욕구가 조정된다.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의 욕구가 조정되듯이 사랑하고 싶은 사람, 사랑 받고 싶은 사람, 이 세상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보려고 하는 사람, 존경을 받고 싶은 사람, 출세하고 싶은 사람, 남을 위해 일하고 싶은 사람,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 음악가가 되고 싶은 사람, 운동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 등등 무수히 많은 다양한 개인의 욕망들이 자유세계에서는 개인의 선택에 의해 잘 조화된다.
자유주의 이념이 실현된 전성기는 나폴레옹 전쟁(1815)과 1차 세계대전(1914) 발발 전까지 약 1세기 동안이었다. 이 기간은 유럽에서 갈등과 전쟁의 참혹함이 거의 없었던 평화로운 시기였다. 19세기 이전 유럽은 정복과 전쟁에 의한 민족 간, 국가 간 갈등이 첨예했던 시대였다. 그 시기에는 정복과 전쟁에 의해 다른 민족 다른 국가들로부터 생산자원을 탈취하는 것이 국가의 부를 증가 시키는 방법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유주의가 도입된 이후 정복과 전쟁이 아닌 자발적 거래가 쌍방 모두에게 이익을 주고 국가의 부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유시장경제로 인해 여러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욱 가깝게 되었고, 상호존중과 우정의 분위기가 만연했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등 20세기에 일어났던 전쟁은 사회주의, 민족주의, 보호주의, 제국주의, 국가주의와 같은 사상이 자유주의를 대체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자유주의는 국가 간 자유무역이 갈등을 제거한다고 역설한 반면, 이들 사상은 사회적 관계에서 투쟁은 본질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들 사상은 국가와 국가, 부자와 빈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인종과 인종, 계급과 계급, 고용자와 피고용자, 구매자와 판매자,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토착민과 외국인 간의 갈등을 끊임없이 부추겼다. 20세기에 일어났던 전쟁들은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강력한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목표로 하는 정부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러 가지 갈등의 주요 원인 역시 정부의 개입에서 비롯되고 있다. 과거 특정 지역에 대한 정부의 편파적인 지원이 지역 간 갈등을 불러 일으켰고,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의 근본원인은 정규직에 대한 정부의 과보호에 있다. 또한 최근에 이해집단 간의 첨예한 대립을 일으켰던 세종시 문제도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정부조치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갈등의 원천을 찾아가 보면 거기에는 정부 개입이 자리 잡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려시대 왕건의 ‘차령산맥 이남지방 사람들을 등용하지 말라’는 훈요십조 정책이 지역 간 갈등과 혼란을 야기했고, 조선시대, 일제 강점기에 특정계급과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로 인해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는 집단과 특혜를 받지 못한 집단 간에 갈등이 심해져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었던 역사적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
정부개입이 커지면 개인의 선택이 그만큼 감소하며, 개인의 선택이 정부의 힘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방해받게 된다. 또한 개인의 선택이 아닌 정부의 힘에 의해 자원이 배분되면 사람들은 정부의 힘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자원을 확보하려하고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한다. 자기 자신이 열심히 일하여 보상받기보다는 정치적 활동을 통하여 정부로부터 보조금이나 특권을 얻어 이익을 보려고 한다. 자연, 정부로부터 특권을 얻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갈등이 발생한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이나 경제문제에 정부 개입이 클수록 부정부패, 시민의식 결여, 이전투구 등의 양상이 많아진다.
현실적으로 갈등이 전혀 없는 완벽한 사회통합을 이룰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갈등이 적은 사회를 선택하는 것이다. 갈등이 적은 사회는 개인의 자유가 신장되고 나의 삶은 나 자신이 책임진다는 자유주의 원칙이 확립된 사회다. 물론 우리 사회에 자기 삶을 자기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소년소녀 가장, 무의탁 독거노인, 중증 장애인 등 정말 혼자 힘으로만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그런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는 건실한 사회안전망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것 또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갈등을 최소화하며 상대적으로 더 나은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건실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줄여 우리 사회가 자유주의 원칙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jwa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