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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 칼럼

[국민통합 칼럼 시리즈 18] 이제 사회통합 지표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

1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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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섭

사람들의 의식은 현실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의식이 현실을 규정하기도 한다. 현실을 규정하는 의식이 잘못되었을 때 사람들은 현실을 잘못 파악하여 잘못된 요구를 분출하고, 여기에 정치권이 반응하여 잘못된 정책을 낳기도 한다.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 대신에 잘못된 주관적인 믿음으로 현실을 왜곡하여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사회통합’이라는 정치적 슬로건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실증적인 증거도 없이 ‘사회통합’의 명분을 걸고 시행되는 정책이 오히려 사회에 악영향을 미쳐 통합에 역행하는 경우도 많다. 골목상권 보호, 지방 분권, 동반 성장, 경제민주화 정책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영국의 조사전문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세계 167개국의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를 평가해 2013년 3월 21일에 발표한 ‘2012년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 점수 10점 만점에 8.13을 기록해 20위를 차지했다. 이는 21위를 차지한 미국, 23위를 차지한 일본을 앞선 것이다. 2011년과 비교해 한국은 올라가고 미국과 일본은 내려갔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MIT 경제학자들이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은행의 자료를 분석하여 국가가 사회ㆍ경제적 측면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평가하는 ‘사회발전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50개국 가운데 11위를 기록했다. 1위인 스웨덴에 이어 영국, 스위스, 캐나다, 독일, 미국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8위를 차지하였다. 올해 처음 발표된 지수지만, 내년에도 발표되면 우리나라가 발전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를 판단할 수 있다. ‘민주주의 지수’와 ‘사회발전지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한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뒤처진 것은 ‘경제자유지수’이다. 미국 헤리티지와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177개국의 ‘2013년 세계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보다 3단계 낮아져 34위에 머물렀다. 헤리티지 재단은 한국이 세계 15위 경제 규모의 역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노동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강성 노동조합이 경제 활동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하였다. 한국의 노동자유지수는 세계 135위에 머물고 있다. 또 ‘한국의 부패문제’도 해소되지 않아 경제자유의 기초를 파괴시키고 정부의 신뢰를 격하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경제자유지수와 1인당 국민소득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34위는 우려할 만한 순위이다.



2012년 사회통합위원회 연례보고서에 나온 ‘사회통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빈곤층과 부유층 사이의 계층 갈등이 심하다고 응답한 국민의 비율은 82%가 넘었다. 노사 갈등이 심하다는 응답이 63.7%, 이념갈등이 심하다는 응답이 63.8%,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이 심하다는 응답이 56.1%, 세대 갈등이 심하다는 응답도 56.1%로 나왔다. 우리 국민들은 사회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제적 약자 배려가 1위, 기회 균등이 2위, 시민의식 제고가 3위, 법치주의 정립이 4위, 관용이 5위로 나왔다. 의식 조사를 기초로 ‘사회통합’ 정책을 입안한다면, 경제적 계층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 앞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회통합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무엇으로 삼는가에 따라 ‘사회통합’의 정도에 대한 측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통합위원회는 빈부 격차와 양극화 해소, 지역갈등 해소, 균형 발전, 세대 갈등 해소 등을 사회 통합의 주요 지표로 삼고, 일반인들은 경제적 약자 배려, 기회 균등, 시민의식 제고, 법치주의 정립, 관용을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정치권은 ‘사회통합’을 위해 경제민주화, 균형발전, 탕평인사, 복지강화 등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표를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들의 내용은 달라진다. 



2012년 사회통합위원회 연례보고서가 밝히고 있듯이, 사회통합은 구성원들 사이의 사회적 결속력, 사회적 안정성, 사회적 형평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보고서는 OECD 34개 국가의 주요 지표를 근거로 사회적 결속, 사회적 안정성, 사회적 형평성을 각각 5개, 4개, 5개 항목으로 분류하여 총 14개 항목을 분석하였다.



사회적 결속을 보여주는 지표 (괄호 안은 대한민국 순위)에는 투표율(34위), 사회참여(22위), 부패인식(26위), 일반신뢰(18위), 생활만족도(16위), 사회적 안정성과 관련된 지표에는 부양인구비율(2위), 자살률(33위), 기대수명(14위), 이산화탄소배출(29위), ‘사회적 형평성’과 관련 지표에는 지니계수(21위), 빈곤율(28위), 실업률(2위), 고용보호수준(18위), 공공사회지출 비중(33위)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사회 통합과 관련하여 ‘사회적 형평성’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것만을 사회통합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간주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관련된 지수들의 순위가 앞이라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 가운데 ‘사회통합’이 맨 앞자리에 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우리는 ‘사회통합’을 앞세울 때 잃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통합’을 중시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 상황에서 ‘사회통합’의 명분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을 보여주는 지표를 개발하여 좀 더 객관적으로 우리 사회를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척도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이런 지표의 지수를 통해 ‘사회통합’을 명분으로 실시된 정책들이 우리 사회에 초래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효과들을 평가함으로써 ‘사회통합’에 대한 열망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joongsop@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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