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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국제정세

오사마 빈 라덴 제거와 미국의 전쟁전략

1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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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2011년 5월 2일 새벽, 미국 해군의 특공대는 오사바 빈 라덴의 거소를 기습 공격하여 그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다는 사실이 미국의 반테러 전쟁이 종식되었다거나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사마 빈 라덴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반테러 전쟁사에서 하나의 막 혹은 장(chapter)이 끝났음을 의미할 것이다.


9ㆍ11은 단 하루 만에 국제정치의 시대명(時代名)을 바꾸어 놓는 사건이었다. 냉전종식 이후 승리에 도취한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새 시대에서 미국이 담당해야 할 사명은 무엇인지에 대해 뚜렷한 의식이 없었다. 그래서 소련이 무너진 후 약 10년 동안의 국제질서는 정확한 명칭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미국 사람들은 다만 냉전이 끝났다는 의미에서, 혹은 냉전이 아닌 시대라는 의미에서 1990년 이후 10년을 ‘탈 냉전시대’ 혹은 ‘신 국제질서의 시대’라고 불렀다. 미국의 유명한 평론가는 이 시대를 ‘역사의 휴일(Holidays from History)’이라고 했고, 후쿠야마 교수는 자유주의의 승리를 보고 ‘역사의 종언(End of History)’이라 말하기도 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역사가 끝난 줄 알고, 역사의 휴일을 즐기고 있던 미국에게 일격을 가했다. 카플란의 책 제목 Return of History 대로 역사가 되돌아왔다.


9ㆍ11 이후 10년 동안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처지와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논쟁이 지배한 시대였다. 미국은 선제공격을 자행하는 깡패국가처럼 보여졌고, 국제사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세계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일방주의 국가라고 매도되었다. 더욱 심각한 비판은 미국은 반테러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가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개인에게 쩔쩔 매고 있다는 비판은 미국의 자존심을 최악으로 손상시키는 것이었다.


빈 라덴 거처 확인 후 8개월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제거작전 세워


그러나 9ㆍ11 이후 9년8개월 만에 이루어진 미국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전략과 끈기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부시 대통령의 반테러 전쟁전략을 극심하게 비판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의 반테러 전쟁전략은 사실상 전임 대통령 부시의 전략과 거의 완벽하게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의 거처가 확인된 작년 8월 이후 무려 8개월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오사마 빈 라덴의 제거 작전을 준비했다. 마지막 작전명령을 내리는 순간 오바마 대통령은 사살을 명령했고 미국의 군대는 명령대로 작전을 수행했다. 백악관 상황실의 지휘석에 작전을 지휘하는 사령관을 앉게 하고 자신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오바마의 모습은 미국을 이끌어가는 최고 지휘부의 탁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키신저 장관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닉슨 대통령 앞에서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 대통령의 책상에 걸터앉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국방장관의 사진을 보며 “저 나라는 도무지 예의라고는 없는 나라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저러니까 미국의 지도자들을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조언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각하의 견해는 영단(英斷)입니다”라며 참모들이 아부를 해야 하는 독재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풍경이 미국 백악관의 모습이다.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10년 동안이나 추적해서 결국 사살하고 마는 모습은 미국의 전쟁전략이 대폭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어떤 전쟁일지라도 상대방을 완전하게 궤멸시킴으로써 승리를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일이다. 상대방의 군사력, 경제력, 인구를 다 파멸시키는 것이 가장 완전하겠지만 그런 전쟁은 불가능하다. 가장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방법이 전략이다. 좋은 전략이란 적의 급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급소를 정확하게 공격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적국과 전쟁할 때 적의 군사력을 급소라고 생각하고 적의 군사력을 궤멸하는 데 노력을 집중했었다. 서양전쟁 사상을 대표하는 클라우제비츠의 가르침이 그러했다. 군사력이 남아 있는 나라를 굴복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클라우제비츠는 급소를 적국의 군사력이라고 가르쳤다. 군사력이 궤멸된 지도자는 버틸 수 없으리라는 논리에 근거를 둔 주장이었다.


적국 지도자만을 표적 삼아 제거하는 군사전략 실행


그러나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쟁을 해오면서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대방 독재국가들의 경우 그 나라의 급소는 그 나라의 군사력이기보다는 오히려 그 나라를 통치하는 무소불위의 독재자 그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미국이 자신이 싸우고 있는 독재국가의 급소를 그 나라의 군사력이기보다는 그 나라를 통치하는 독재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1991년의 걸프전쟁 때부터였다. 군사력이 거의 궤멸을 당했는데도 사담 후세인의 독재권력이 건재한 것을 본 미국은 반테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상대국의 지도자를 표적으로 삼는 전쟁전략을 개발했다. 2003년의 이라크전쟁의 주요 목표는 이라크 군사력이기보다는 사담 후세인이었다. 마찬가지로 오사마 빈 라덴이 제1 표적이 된 것이다.


개인을 표적으로 한다는 것은 쉬운 작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국의 독재자를 군사작전의 표적으로 삼는 일이 가능해진 것은 ‘군사상의 혁명(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과학무기가 발전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을 제거했고, 이번에는 오사마 빈 라덴도 제거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미 2005년 미국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때 말한 바처럼 미국은 이제 적국의 국민을 표적으로 삼지 않고 적국의 지도자를 표적으로 삼는 전쟁전략을 택하고 있는 나라다. 부시는 미국은 죄 없는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는 독재자만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군사기술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죄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죄 지은 자(독재자)만을 응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의 전쟁전략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소식을 접하며 이처럼 변한 미국의 전쟁전략 앞에 떨고 있을 세계 곳곳의 독재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c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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