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국제정세
한미 FTA 반드시 이룩되어야 한다
1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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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경제학과를 다니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국가들이 자유롭게 교역을 하게 되면 교역을 하는 국가들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국가가 아니라 개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잘 만드는 물건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고 자기가 잘 못 만드는 물건을 사오는 것은 인류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시장은 인류 사회의 자연적인 질서로 자리 잡았다. 물론 개인이나 국가들이 더욱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었다. 자기 물건은 가급적 많이 내다 팔지만 남의 물건은 가급적 조금만 사오려는 각종 규제조치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국가간 거래의 결과가 불평등하게 나타날 수 있었다.
FTA는 경제영토를 세계로 확대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이 같은 국제 거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국가간 혹은 지역간에 이루어지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국은 칠레와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한 이후 미국, 유럽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 한국의 경제영토를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칠레와 FTA를 체결할 때, 우리 포도농장은 다 죽을 것이라고 아우성이었지만 한-칠레 FTA 때문에 우리 농업이 파탄 난 바는 없었다. 유럽과의 FTA는 비교적 순조롭게 국회의 동의를 얻었다.
그런데 한–유럽 FTA 보다 더 먼저 시작한 한-미 FTA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곤욕을 치루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의회에서 한-미 FTA에 동의했고 한국 의회의 동의 절차만 남은 상황에서 야당의 필사적 반대 때문에 정상적인 논의와 합의를 통해 한-미 FTA가 한국 의회의 비준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의원 중에서 FTA를 ‘애국이냐 매국이냐’라는 이분법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이분법적 단순논리를 따르면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이 애국이다.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일자리도 늘리고 우리나라를 결국 더욱 부강하게 만들 수 있는 호가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한민국에 하도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한-미 FTA는 지금 한-미 FTA를 앞장서서 반대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 시작했던 일이다. 지금은 야당이 되었다고 반대하고 있지만 그들이 여당이던 시절 추구했던 일이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일자리는 무역을 더욱 많이 해야 늘어난다는 것이 상식이다. 여당시절 한-미 FTA를 추진했던 현재의 야당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식을 집중적으로 오도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졸업 후 일자리를 걱정하는 대학생들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한-미 FTA에 반대하고 있는가 하면, 세금이 많아서 힘들다는 상인이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한-미 FTA는 대한민국 전체의 큰 이익, 손해 입을 분야를 보살펴 주는 것은 정치가의 역할
이 세상 어떤 일이라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미 FTA는 100% 좋기만 한 것도 아니고 100%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우리 국민 대다수에게 좋은 것이라 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후보가 선거에 당선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대체로 아슬아슬하게 끝나기 마련인 선거와 비교하기에 FTA는 우리 국민에게 너무나도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우리나라는 공업국가다. 국민 총생산의 압도적인 부분이 공업에서 나온다. 한-미 FTA를 체결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전자 등 공업 분야에 날개를 다는 일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윤택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값싼 식료품 때문에 우리나라 수많은 국민들은 식비가 줄어들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그럼 대한민국 농업은 망할 것 아니냐며 대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농민들이 일시적으로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이익을 볼 것이며 그 이익은 농민의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 정치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이렇게 남은 잉여 이익을 가지고 손해를 입은 농민들을 보살펴 주면 될 것 아닌가?
정치가들은 국민들을 이끌어야 한다. 코앞에 다가온 선거에서 오로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일념 하에 무엇이 국가이익이고 무엇이 개인이익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가들은 퇴출되어야 한다. 필자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한-미 FTA를 통해 대한민국은 더욱 잘살 수 있을 뿐 아니라 더욱 안전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이 더욱 충실해지는 계기도 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읽었던 FTA에 관한 훌륭한 분석을 결론적으로 인용한다.
In earlier eras countries had tried to be self-sufficient, but now they focused on producing and exporting what they did best and trading for the rest. …. The new international division of labor divided families, villages, and countries, forcing tight knit traditional societies apart. …. Displaced farmers and workers on all continents suffered, but overall they, or at least their children and grand children, were likely to be better off. (과거 국가들은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 국가들은 자신들이 제일 잘 만드는 물건을 수출하고, 그렇지 않은 물건들은 수입 한다… 국제적 분업은 가족과 마을과 국가를 분열시키기도 했고, 끈끈했던 전통사회를 파탄나게 했다. … 모든 대륙의 흩어진 농민들과 노동자들은 고통을 당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적어도 그들의 아이들 혹은 손자들은 그들보다 더욱 잘 살 수 있게 되었다.
국민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들은 미래를 내다 볼 줄 알아야 한다. 눈앞의 이익, 눈앞의 금배지에 연연하는 국회의원들이 아니길 바란다. 한-미 FTA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아주 좋은 장치 중 하나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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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rey A. Frieden, Global Capitalism: Its Fall and Rise in the Twentieth Century (New York: Norton, 2006)
pp.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