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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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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국제정세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미국

1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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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강화되는 미국과 중국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군사 외교 관계


미국의 대 아시아 행보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150년 전 스스로 아시아 지역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라고 선언 한 후, 아시아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 및 군사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적이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행동은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이 보다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것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월16일 호주를 방문하던 중 “향후 2500명의 미국 해병대가 호주에 주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호주 정부는 미 해병대가 호주 북부 다윈 부근의 로버트슨 해군기지에 주둔하며 양국은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윈은 2차 대전 당시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점령하기 위한 작전의 핵심기지로 사용했던 전략적 요충이다. 다윈은 미국이 서태평양의 남부지역, 즉 중국의 남방해역을 견제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지다.


같은 날 클린턴 국무장관은 필리핀에서 열린 미-필리핀 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미국과 필리핀의 동맹은 막강하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필리핀이 남지나해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 중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언급이 아닐 수 없다. 필리핀 역시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에 필수적인 기지를 제공할 수 있는 태평양의 요충이다.


11월 17일(미국시간) 미국 하원은 대만이 구입하기를 원하던 F-16C/D 전투기를 수출하는 것과 대만과 군사, 외교적 교류를 강화 한다는 내용의 법안 2건을 통과시켰다. 공화, 민주 양당의 협조로 채택된 이 법안은 “날로 커지는 중국의 위협에(대만이)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F-16C/D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 대만의 신형 전투기 구입에 격렬히 반대하는 중국을 의식했던 오바마 행정부는 대만에 신형 전투기를 파는 대신, 구형인 F-16A/B형 전투기들의 성능을 개량 해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중국은 미국이 신형 전투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것은 물론, 구형 전투기들의 성능 개량 조치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그동안 독재국가라고 비판하며, 새로운 국명마저 인정치 않고 있던 미얀마(구 버어마) 와도 관계 개선이 나섰다. 미얀마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작지 않은 나라로써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이 일본과 싸우는 중국을 돕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했던 지역이다. 미국은 지금 미얀마를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 요충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18일-19일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도 참석 했는데 미국 대통령이 이 회의에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임을 재확인했으며, 미국이 이 같은 행보를 단행하는 궁극적 이유는 중국의 패권주의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는 미국의 행동 역시 그 자체로 패권적인 것임은 물론이다.


파네타 미국방장관은 미국이 향후 10년 동안 3500억 달러에서 많게는 1조 달러 정도 국방비를 감축시킬 예정이지만, 동아시아 지역은 해당사항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아시아 개입 논리는 중국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것


미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아시아에 개입하는데 대해 비판적이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호주에 해병대를 배치하는 것이나 대만에 최신형 전투기를 제공하는 것 등은 미국의 안전을 증진시키기 보다는 중국을 분노케 함으로서 오히려 미국의 안보에 손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아시아에 개입하는 논리는 단기적인 경제적, 안보적 고려에 의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 작금 보이고 있는 대 아시아 정책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과 관련된 장기적이며 거시적인 세계 차원의 대전략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은 패권국으로 등장한 2차 대전 이후 40년 이상 지속된 냉전에서 승리함으로써 소련의 패권 도전을 물리쳤다. 냉전이 끝나가던 1980년대 말엽과 냉전 종식 직후인 1990년대 초반, 일본과 유럽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인식되었다. 폴 케네디 교수는 그의 명저 「강대국의 흥망」(1987년판)에서 미국을 뒤이을 패권국으로 일본을 상정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이 침체되기 시작하자 많은 이들은 유럽연합을 미국 패권의 계승자로 지목했다. 2011년의 시점에서 볼 때 일본이나 유럽이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전무 하다. 한때 잘나가던 일본과 유럽이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배후에 미국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국제정치의 냉혹한 본질을 모르는 천진난만이다.


미중 패권 경쟁은 구조적인 것-대한민국의 전략은?


냉전이 한창일 당시 브레진스키 교수는 미국이 공산주의가 된다 해도, 혹은 소련이 자본주의가 된다 해도 미국과 소련의 갈등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 이유를 두 나라 모두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제국’(colliding empire)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중국이 역사상의 다른 강대국들보다 더 호전적이거나 더 악의를 가진 나라들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는 냉전당시 미국-소련과 마찬가지로 충돌하는 제국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도덕적으로 불량하거나 잘못된 정책에 의해 인도되었기 때문에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힘이 너무 빨리 급성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


2400년 전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진정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국력 증강을 두려워했고 이를 그대로 방치 할 수 없었다.” 아테네의 힘이 더 강해지기 이전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던 스파르타의 행동은 그리스 반도를 초토화 시킨 대전쟁의 원인이었다. 국제정치에서 어떤 강대국의 힘이 급속히 증가할 때 이는 국제체제의 구조적 변동과 불안을 초래하며, 기존 패권국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한 복판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떤 국가 대전략(grand strategy)아래 살 길을 도모해야 할 것인가? 우리 국민들은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산더미 같은 파도가 몰려오고 있는 와중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잘 몰아갈 수 있을 지도자를 갈구하고 있다. 그것보다 더 큰 걱정은 미중 패권 경쟁의 와중에서, 우리의 나갈 길을 지시해 주는 대전략을 가지고 있기나 한지의 여부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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