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경제위기 타개책 없나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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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최근 경기침체(recession)의 늪에 빠져버린 우리 경제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안절부절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별다른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소비와 설비투자가 이미 감소세를 보여 왔고, 5월부터는 생산 증가율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재고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의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2월부터 감소세를 보이더니 4월부터는 기준선인 100이하로 떨어져, 전형적인 경기하강국면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금년 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과 건설투자 마저도 최근 그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SARS로 인한 대중국수출 감소, 화물연대 파업, 교역조건 악화, 미국의 하이닉스 상계관세 예비판정, 미 달러화 약세, 미국이나 일본의 경기회복지연 등이 설상가상으로 겹쳐 향후 우리 수출기업의 수출채산성 악화 및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건설투자도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투기 억제책으로 향후 부진할 전망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근 경기부진으로 구직단념자수가 증가하여 경제활동참가율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취업자수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3%대의 전체 실업률이 지속될지라도 15~29세의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청년 실업률이 7%대를 넘고 있다. 더욱이 향후 경기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의 신규인력채용이 저조하여 20대 실업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하반기 금융시장 안정이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자금시장이 경색되어 시중에 돈은 있으나 돈이 갈 곳을 잃어 돈이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5월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 315만4천명으로 금년 말 400만명을 돌파하여 경제활동인구의 13.6%, 전체 인구의 6.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내수기업의 경영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세계경제를 이끌고 가는 미국의 경기회복이 뚜렷하지 않아 향후 우리 경제를 이끌고 갈 동력을 찾기 어렵다. 이를 반증하듯, 경기전환 예측에 활용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가 작년 5월부터 13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내어 향후 경기하강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 방향 및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정부의 경제위기 불감증 극복이 최우선 과제로 지적할 수 있다. 재경부는 지난 6월 13일 국회 재경위 보고에서 경제위기로 볼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러한 위기의식 부재가 안이한 대처로 이어져 정부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금년 1~4월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통합재정수지가 약 5.2조원 흑자로 나타나,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돈을 쓰지 않고 오히려 민간부문으로부터 돈을 거둬들이는 사실상의 긴축재정을 펴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은 현 경기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으로부터 벗어나, 경기부양적 정책기조를 세우고 정책수립 및 집행에 있어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부처간 정책공조를 구축하여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때이다.
통화정책, 환율정책, 재정정책, 조세정책 등 거시경제정책들의 정책시차 및 유효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정책조합(policy mix)을 마련하여 경기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미시정책도 동반하여 경직적인 제도개선 및 규제완화와 함께, 투자애로요인 해소를 통해 기업투자활성화에 노력하고 위축된 민간소비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현 경기상황 및 기업현실에 걸맞은 합리적이고 실천가능하며 시장친화적인 개혁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투자결정에 민감한 제도인 출자총액제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 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 주5일근무제, 산별노조,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의 예외 및 유예 조항이나 도입시기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법치주의에 기초하여 균형잡힌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불법적인 기업경영이나 파업행위 등을 철저히 처벌하며, 일관되고 투명하며 예측가능한 정책 및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현 경제상황과 향후 경기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노사정 공동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 슬기롭게 대처할 때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은 빛을 발할 것이며, 우리 경제는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