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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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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정치도 시장인가

08.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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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철

선거는 후보자와 유권자간에 성립하는 거래행위이다. 후보들의 공약, 리더십, 인품은 상품가치로,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는 상품구매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 정치시장이다. 그러나 정치시장은 일반 상품시장에 비해 기능이 매우 불완전하다.


정치시장에서는 정치적 공약의 불이행에 대한 처벌규정과 유권자의 피해에 대해 법적인 보상 절차가 부재한다. 이와는 달리 컴퓨터시장에는 불량한 컴퓨터의 구입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적 또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 유권자들이 각 후보들의 상품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고 정치시장에 진입장벽이 없다면 불량한 후보들이 정치시장에 설 자리는 없어진다.


그러나 정치시장은 후보들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당의 공천과 후보로서의 지명도라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후보자들은 이러한 정치시장의 특성을 이용하여 허황된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들을 기만한다.


정치시장에서는 정치인들간의 담합이 허용된다. 컴퓨터 제조업자들이 모여 가격을 담합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만, 여당과 야당의 원내총무가 모여 조세정책에 관해 타협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시된다.


정치적 독점력을 이용하여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이해관계보다는 자신들의 번영을 위해 정책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한 소득, 즉 지대를 추구하는 행위를 일삼는다. 정당의 공천권, 행정부의 인· 허가권 행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정치인들은 정치시장의 게임규칙을 스스로 만든다. 기업인들 또는 상인들은 입법부나 행정부가 만든 법과 규제를 따라서 거래활동을 하지만 입법부의 정치인은 자신들이 만든 게임규칙에 따라 정치활동을 수행한다.


이러한 정치시장의 불완전성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보다는 자신들의 번영을 위한 입법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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