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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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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노조경영참여'는 한국경제를 망친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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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에 관한 책을 쓰면서 한 정치지도자의 훌륭한 철학이 나라를 구하고 역사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대처는 영국병에 찌들대로 찌든 영국경제를 자유경제로 회생시켰고, 영국에서 사회주의를 종식시킴으로써 세계인들이 보다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역사발전에 기여한 정치가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후 한국은 ‘노동자 천국’이 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은 염려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5일 ‘현대車’가 드디어 ‘노동자 천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사실상 첫 시동을 걸고 말았다. ‘주 5일 근무?비정규직 처우개선?노조경영참여’라는 勞측의 3대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이다.


지난 7월에 출간된 『한국 노동시장,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나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미국경제처럼 성장하다가 일본경제처럼 추락하여 독일경제처럼 망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그런데 현대車가 ‘노조경영참여’라는 짐을 트렁크에 싣고 시동을 걸게 됨으로써 이는 드디어 구체화되지 않나 생각된다.


오늘날 독일경제는 어느 모로 보나 망해가고 있다. 독일의 성장률은 1951~1960년 간 연평균 7.9%로부터 시작하여 10년마다 4.5%, 2.7%, 2.6%, 1.4%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고, 2002년에는 아마도 OECD 회원국 가운데서 가장 낮은 0.2%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1961~1970년 간 놀랍게도 0.97%를 기록했다가 1981~1990년 간 8.22%로 곤두박질 친 후 2003년 현재 아마도 OECD 회원국 가운데서 세 번째로 높은 11.2%를 기록했다.


독일이 1961~1970년 간 실업률이 1%도 채 안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강조해둘 것은 이 기간이 바로 독일에서 자유주의사상이 한창 꽃피어 독일인들이 ‘라인강의 기적’을 노래하던 좋은 시절이었다는 점이다. ‘라인강의 기적’은 독일이 1970년대에 들어와 독일식 자본주의를 도입한 후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 결과 독일은 현재 ‘저성장?고실업, 저효율?고비용’ 경제가 되어 망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 바탕에 막강한 노조파워, 노동자경영참여, 경쟁이 금지된 교육제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J. 바넥은 1972년에 쓴 『참여의 경제』에서 참여의 경제제도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소로서 “첫째,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기업을 경영하고… 둘째, “…기업소득은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하며….” 등 다섯 가지 요소를 열거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요소만 가지고도 노조경영참여가 무엇인가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노조경영참여는 과연 이론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노조경영참여의 한 형태인 사회주의 경제체제(노조 대신 국가가 기업을 경영함) 붕괴를 통해 경험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 붕괴는 당연하다. 그것은 시장경제의 핵심원리에 속하는 사적재산권원리와 자기책임원리를 완전히 배제한 채 바넥의 인용이 보여주듯이 ‘노동자(국가)의 경영참여’만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경영참여는 기업이 잘 나가고 있을 때는 경영과 분배에서 문제가 없지만 기업이 잘 못되고 있을 때는 누가 책임을 지느냐에 문제가 있다. 잘못될 때 노조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노조경영참여에서는 시장경제의 사적재산권원리와 자기책임원리가 바탕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조경영참여를 허용하는 기업은 독일기업들이 경험하고 있듯이 머지않아 경쟁력을 잃고 쓰러지고 말것이다. 대처가 2002년에 출간된 『국가경영』에서 자유경제에서만 기업은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은 인상적이다.


나는 현대경제에서 성장의 엔진은 노동시장 유연성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현대경제에서 사용자는 자본, 경영, 토지 등과 같은 생산요소 사용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지만 노동만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의 범위는 매우 넓지만 그 중의 하나인 해고가 자유롭게 이루어져야만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미국은 실업보험제도가 뒷받침되는 일시해고제도를 바탕으로 일년 내내 해고가 쉽게 이루어진다. 일본은 종신고용제도로 인해 기업이 해고를 기피한다. 독일은 막강한 노조파워로 인해 해고가 쉽지 않다. 이 결과 미국경제는 자유로운 경쟁 때문에 노동시장이 유연하여 성장하고, 일본경제는 잘못된 관행 때문에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추락하고, 독일경제는 지나친 노조파워 때문에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망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만 해고를 할 수 있게 된다면 해고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해고가 어려우면 기업은 독일처럼 신규채용을 할 수 없어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일본처럼 비정규직이 증가한다. 노조가 해고를 반대하면서 일본에서 베껴다가 써 온 연공급 임금제도까지 고집한다면 한국기업은 막중한 노동비용에 짓눌려 경쟁력을 잃고 만다. 이 결과 소득도 일자리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 경제학도는 지금 한국경제가 독일경제처럼 망하고 있지 않나 염려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박동운 (단국대 상경학부 교수,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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