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부동산 투기억제와 보유과세 개편에 대한 평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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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근
수차례에 걸친 정부의 투기억제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에 대한 투기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9. 1.에 「부동산보유세 개편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10.9.에 재정경제부는 재차 조기에 부동산보유과세를 강화하고, 양도소득세의 탄력세율(기본세율에 15 가감)의 상향조정, 주택담보대출비율의 하향조정 등 대책을 시사했다. 또한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의 재검토 고려까지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아파트 값이 거의 수직적으로 상승하는 상황 하에서는 세제로 그 투기를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보유과세 부담의 인상이 부동산의 가수요를 다소 억제할 수는 있지만, 부동산의 가격상승이 워낙 큰 경우에는 보유세 부담은 거의 무시될 것이고, 양도소득세율의 인상이 투기차익을 흡수하는 유효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세후 차익이 예금의 이자소득보다 월등히 높은 경우에는 그렇게 해도 투기이익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국지적인 부동산 투기원인은 400조에 가깝다는 부동자금의 존재, 비정상적인 기업투자의 불확실성, 살고 싶은 곳의 주택공급 부족, 특정지역에 몰려 있는 교육환경의 우량성, 그리고 행정수도를 옮긴다는 정부의 예고 등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근본원인에 대한 개혁이 미루어진 채, 투기행위를 하지 않는 모든 국민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세금제도를 바꾸어 이를 잡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방관만 할 수도 없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세금으로 이를 억제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수단으로는 우선적으로 투기지역으로 고시된 지역에 한하여 양도소득세 탄력세율제도에 의해 기본세율에 15% 가산·조정하고, 투기억제지역의 양도소득세 실가과세를 위해 금융거래 자료를 정밀하게 추적(금융실명법상의 제한이 있어서 어렵기는 하다)하면서, 자금출처조사를 강력하게 병행하여 증여세 과세로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투기거래는 대부분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불일치한 명의신탁이 많다. 이를 철저히 조사해서 부동산실명거래법상의 과징금과 형사벌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과세당국은 실거래가액 추적과 자금출처조사를 통한 증여세 과세방법은 십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이나, 명의신탁 여부를 조사해서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통보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과 명의신탁을 사직당국에 고발하여 형사적 제재(물론 좋은 제도는 아니다)를 과하는 방법은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제도를 철저히 활용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그런데 세제의 기본 틀을 부동산투기억제에 맞추어 조령모개하는 정책에는 반대한다. IMF외화유동성 관리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양도소득세는 부동산투기억제세적인 비정상모습에서 세법원리에 적합한 정상모습으로 다시 복귀하기 시작했는데 아파트투기문제에 봉착하면서 지금 다시 과거의 비정상모습으로 회귀시키려는 여러 가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경계하는 것이다.
다음은 부동산 보유세 부담의 제고의 문제이다. 이를 높여야 한다는 데는 이론(異論)이 없다. 이는 부동산 보유과세를 중과세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제까지 지나치게 그 부담이 낮아서 세원간의 수평적 공평을 저해하던 모순을 시정함으로써 세원간의 부담공평을 정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연간 보유세 부담으로서 5만원 이하를 납부하는 납세건수가 주택재산세의 경우 88.3%, 일반건물재산세의 경우 79.2%, 그리고 종합토지세의 경우 83.1%라는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시가 2억 정도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연간 5만원 내지 6만원의 보유세를 부담하고 있다면 말이 되는가? 이는 한달 분 핸드폰 통신료 정도가 아니가? 이를 4배 내지 5배를 올리더라도 다른 세원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보유세의 정상화를 모색할 때에는 반드시 부동산 거래세의 적정여부도 같이 다루어야 한다. 하나의 취득행위에 대해 취득세, 등록세와 지방교육세가 3중으로 과세되고, 그 세율의 합계가 원본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무려 5.6%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부동산 거래세를 부담시키고 있는 나라로는 겨우 일본,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뿐이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만큼 거래세부담은 낮추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9.1.의 정부발표를 보면 부동산 거래세와 종합토지세, 주택 또는 건물재산세는 그대로 두고, 새로이 종합부동산세를 하나 더 추가하겠다는 내심이 엿보이고 있다.
조세부담률 22.7%, 세목의 수가 32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목을 더 추가하여 국민의 부담을 더 높이겠다는 발상은 매우 무리하다고 본다. 그리고 부동산 보유과세의 개편은 투기억제를 부수적 효과 정도로 보면서 조세원칙에 충실한 제도로 이를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최명근 (강남대학교 석좌교수, mkchoe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