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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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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구조조정본부의 구조조정?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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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현 정부 출범 이전 인수위에서 거론되었던 구조조정본부 해체론 은 참여정부의 공식 정책방향으로 채택되어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기본적인 현 정부의 시각은 총수의 전위조직인 구조조정본부가 계열사로부터 부당한 내부지원을 받으면서 동시에 계열사의 경영전략과 인사에 개입하는 등 기업의 독립성과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해체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는 이러한 참여정부의 시각이 정리되어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 반면, 재계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구조조정본부는 신규사업 진출 및 부실사업 퇴출과 같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밴처캐피탈리스트의 역할과 핵심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그룹전체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효율적 조정자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이후 언론을 통해 발표한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시각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이하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견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기업구조조정이 끝나면 구조조정본부를 해체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견해는 경제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설립된 구조조정본부는 거시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현 시점에서 그 한시적 수명을 다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주장에 앞서 과연 기업구조조정이 끝났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야한다. 경제위기 이후 도입된 부채비율 200%축소, 출자총액제한, 상호채무지급보증금지 등은 그룹 단위로 적용되는 구조조정정책으로서 현재도 수행되고 있다. 더욱이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발표함으로써 이전 정부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 현 정부로서는 기업구조조정이 끝났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컨대,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오히려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되면 지주회사가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을 대체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모든 기업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아주 진부한 진리조차 무시하고 있다. 기업은 주어진 환경에서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시킬 수 있는 구조를 내생적으로 선택해야하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주회사체제라는 특정구조를 강요하는 것은 기업의 효율성을 무시하는 처사인 것이다. 모든 기업을 지주회사화한 다음에 나타날 지주회사의 문제점에 대해 과연 정부가 책임을 질 준비나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단편적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하여 기업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정부정책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한편, 지주회사체제에서 지주회사가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을 대체한다고 하여도 그 순기능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역기능 역시 대체한다는 사실을 언급해 두고 싶다. 즉, 지주회사체제에서는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이 오히려 법적 근거를 갖게 되어 제도적으로 양성화되는 것이다. 지주회사는 총수의 지배권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전후 재벌개혁 때 지주회사를 강제로 해체시켰으며 최근에 재허용하면서 여러 제약을 부과한 바 있다. 따라서 지주회사제도는 구조조정본부 해체의 명분으로서 불충분하다고 하겠다.

세 번째 주장은 구조조정본부의 역기능을 제감시키기 위해 구조조정본부의 투명성을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장과 달리 세 번째 주장은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는 견해이다. 정부로서는 어차피 구조조정본부를 강제로 해체시킨다고 하여도 이름만 바뀔 뿐 비서실이나 기획실이 그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차라리 현재의 구조조정본부의 투명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보다 현명한 정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구조조정본부의 순기능을 인정하는 한편, 역기능을 억제시키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으로서 매우 적절한 판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구조조정본부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구조조정한다는 합리적인 정책방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시한 구체적 방안은 실행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문제의 근본원인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실체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첫 번째 구조조정방안은 구조조정본부에 대해 뚜렷한 혐의가 있거나 사정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23조 7항에서는 부당내부거래행위의 지원객체를 특수관계인 혹은 다른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즉 법인도 자연인도 아닌 구조조정본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기관이므로 부당내부거래행위를 적용하기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부당내부거래의 판정은 가격비교가 가능한 경쟁구조에서도 어려운데 구조조정본부와 계열사처럼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는 거래관계의 경우 정상가격의 산정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로 들 수 있다. 따라서 부당내부거래 혐의조사는 이러한 기술적 문제들로 인하여 정부로서는 당분간 실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언론에 보도된 두 번째 구조조정방안은 구조조정본부의 기능 및 활동내용과 경비조달 및 사용내역, 계열사간 비용분담계약을 재무제표 주석에 공개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 또한 법적인 근거가 없는 실체에 대하여 정보공개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합법적인지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법인이나 자연인도 아닌 구조조정본부에 대해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정 첨부를 의무로 부과시키기라도 한다면 세간의 조소거리가 될 것이다. 한편, 정부는 구조조정본부의 활동상황이나 회계내용을 사후에 공개토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전략이나 영업상 비밀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구조조정본부가 결정하는 경영전략은 중장기적인 것이므로 1년 단위 발표로도 중요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수 있다. 정보공개 수위를 높이면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견제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반면, 기업집단으로서는 중요정보의 유출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정보공개의 수위조절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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