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부당내부거래는 근절되어야 하는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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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옥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는 계속적으로 부당내부거래 근절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부당내부거래가 재벌체제를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인식의 확대로 말미암아 이러한 부당내부거래 근절 의지에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는 듯이 보인다. 역사적으로도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는 상품·용역거래에서부터 자금·자산·인력의 지원행위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고 규제목적 또한 확대되는 등 규제강도가 강화되어 왔다. 98년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시행된 부당내부거래 조사로 해당 기업들에게 부과된 과징금만도 3,000억 원 이상에 이르고 있으며, 99년에는 한시적인 금융거래 계좌추적권이 도입되는 등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위한 공정위의 권한도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대한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이 조사 때마다 제기되는 등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부당내부거래가 사라져야 한다는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적으로 내부거래의 부당성을 보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계열사간 거래가 비계열사와의 거래보다 유리하다면 계열사간 거래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계열사와 거래를 통해 좀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든가, 거래상대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불하여야 하는 비용, 즉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비용 감소 등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의 경우에도 만약 지원을 받는 기업이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완전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경우 이러한 계열사를 도움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할 수도 있다. 초기 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기업의 경우에도 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초기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계열사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금지원행위의 부당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현재 해당 기업의 사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뿐만 아니라 미래 시장여건 변화까지도 고려하여야 하는 등 고도의 분석능력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내부거래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정책당국이 해당 기업보다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나라 부당내부거래 규제는 지원행위 발생여부와 지원규모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내부거래만을 규제한다면서 외형상 내부거래의 부당성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집행에 있어서는 부당성 여부를 제대로 보이지 못해 왔던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내부거래와는 달리 주주간 이해상충의 문제를 유발하고, 한계계열사에 대한 지원으로 인해 특정 재벌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경우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내부거래 행위발생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지는 조사는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내부거래가 아닌 부당내부거래가 발생했다면 이는 잘못된 의사결정이 이루어 질 수 있고 이러한 잘못된 의사결정을 용인하는 기업환경에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함이 없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행위만을 규율한다는 것은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부당내부거래 방식만을 생산해 낼 가능성이 높으며, 규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