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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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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대통령의 경제인식과 그 감상법: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듣고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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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을 기각함으로써 소모적이고 국론분열적인 탄핵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참여정부의 산적한 국정과제가 추진력을 갖게 되었다. 더욱이 17대 총선에서 국회의 과반수를 여당이 차지하여 대통령의 정책추진 여건이 크게 개선되었고 야당도 경제와 민생 문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5일 직무복귀 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 당면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전에 배포된 담화문에서도 원고의 1/3 가량을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구상, 원칙, 소신 등이 차지했고, 실제 연설에서는 전체의 절반가량이 경제문제의 해결방안에 초점을 맞추었다. “경제가 어렵고…특히 중소기업, 영세상인 그리고 비정규직,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렵다”고 현 경제상황을 인정하고, “당면한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대목에서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담화에 나오는 경제관련 내용을 크게 나누면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국정의 중심을 잡고 꿋꿋하게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며 원칙을 중시한 정책일관성의 유지를 약속했다. 둘째로, 우리 경제의 약자층에 대한 배려를 밝히면서 민생경제의 회복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셋째로, “공정한 규칙문화를 뿌리내리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부, 행정 등의 부조리를 척결하겠다”며 시장개혁과 정부혁신을 설파했다. 마지막으로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는 성장잠재력의 확충에 노력하겠다”고 천명하여, 재정의 대규모 투입으로 일시적인 취업률 상승이나 내수 진작을 도모하기 보다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여 중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지금도 경제이고 미래도 경제…경제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하는 원칙 중시와 함께 민생안정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노력하고 “우리 경제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기술혁신, 인재양성, 시장개혁 등 장기과제와 더불어 정치, 행정의 부조리를 정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이해된다.


향후 정부의 정책기조가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란을 두고 참여정부는 성장과 분배가 서로 상충되는 대체재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개혁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책우선순위 측면에서 현재의 경기국면을 고려할 때 성장우선에 비해 분배우선의 논리가 다소 그 힘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이 그 방향과 원칙을 바로 세우기만 한다면 경기국면에 맞추어 완급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담화에서 ‘분배’ 대신 ‘개혁’이라는 명제로서 ‘성장과 시장개혁의 병행’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담화를 두고 기업은 환영과 우려의 양론으로 나뉘고 있다. 우선 대통령이 국정안정을 통해 정부가 원칙을 갖고 정책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잠재력 확충에 노력하겠다는 점,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부, 행정의 부조리 척결 등에 크게 환영하면서 기업들도 경제 살리기를 위한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측에선, 대통령이 ‘성장과 시장개혁의 병행’ 원칙을 두고 경제 살리기와 개혁필요성이 동시에 강조되면서 정책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참여정부 집권 2기의 정책중심이 성장우선에서 재벌개혁쪽으로 옮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를 담화에서 직접 거론함으로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기업 측에선 다소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걱정이 기업활동 위축과 투자 축소를 야기하고 이른바 ‘기업이민’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산업 및 고용 공동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까지 있다.


한편 대통령은 정부의 시장개혁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위기적인 요인도…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 중 순수한 목소리도 있지만 의도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는 것”같고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서 자기에게 불리한 정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여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적시하며 “경제라는 말 한마디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체질을 튼튼하게…(중략)…발전시킬 수 있는 올바른 개혁을 저지하는 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내용은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통령의 견해에 대해 개혁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위기를 거론해선 안된다거나 국가수반인 대통령으로서 대내외 불안심리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경제위기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는 심각한 내수침체에 빠진 가운데도 수출호조세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쇼크, 미국의 조기금리인상설, 유가급등 등 해외악재마저 겹쳐 매우 어려운 경제여건에 놓여 있는 현상을, 경제위기라고 표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면, 현 경기에 대한 다양한 이해는 갈 곳을 잃고 상반된 관점의 의견은 설 자리도 없다.


경제위기감을 느끼는 현장의 목소리를 개혁을 모면하기 위한 유치한 술수로만 보기에는 현재 우리 경제가 너무나 어렵고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가 너무나 많은 형편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단기적 관리대책이 요구된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성장잠재력 확충이나 정부 및 시장 개혁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겉으로는 경제위기를 부인하더라도 속내는 경제위기가 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기업인들의 기를 살리고 민생안정과 경제활력을 위한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때가 왔다.


그리고 시장개혁에 있어 노사 모두에 대한 균형잡힌 원칙을 적용하고 현재의 경기국면을 고려하여 그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혼선을 배제하고 정책공조를 공고히 하며 예측가능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대전제로 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원칙을 지키면서도 국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연함과 균형 감각이 절실한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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