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심화되는 양극화와 향후 경제전망
08. 4. 30.
0
허찬국
작년 이후 우리 경제의 특징은 한마디로 양극화라 할 수 있다. 크게 보아 소비, 투자 등 내수는 부진한데 수출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추세는 올 상반기에 더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한경연은 주요항목인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의 연간 증가율전망을 각각 0.6%, 2.2%, 0.1%로 연초의 전망(각각 2.2%, 5.0%, 1.5%)에 비해서도 더 낮추어 잡고 있다. 이런 하향조정은 지난 몇 달간의 소비, 투자지표들의 부진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 수출호조세는 연초보다 더 왕성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이 약 1,240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동기간에 대한 본원 연초 전망치 1,180달러에 비해 5%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에 비해 수입액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이런 견조한 상반기 수출증가에 힘입어 설령 하반기에 증가세 감속이 있더라도 연간 수출 증가율은 약 30%에 이를 전망이며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가 상승 등의 여파로 수입 증가세도 작년보다 높겠으나 수출증가율을 하회하여 20%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올해 상품수지와 경상수지는 작년보다 약 100억 달러가 늘어 각각 344달러와 22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큰 그림은 2002년 이후 우리경제의 전체적인 모습은 최종수요항목별 기여도를 나타낸 아래의 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4월 전망에 따른 기여도를 금번 전망 기여도와 비교하면 본원 전망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볼 수 있는데 단적으로 금번 전망의 큰 차이점은 순수출 기여도의 큰 폭 증가와 상응하는 내수부문의 기여도 하락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전망에서는 내수와 순수출이 각각 올해 예상성장률 5%에 반반씩 기여했는데 금번 전망에서는 내수와 순수출 기여도가 0.9%p와 4.1%p로 크게 달라졌다. 표에는 예시되지 않았으나 추경지출 등으로 정부소비는 약 0.4%p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002, 2003년 실제치, 2004년 본원 전망치
이런 전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 분기 대비 GDP 증가율 추이를 보면 하반기에는 내수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4/4분기 경에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대비 각각 2.3%와 5.9%씩 늘어 내수 부진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된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반등과 취업사정의 점진적 개선에 따른 가계심리 안정 등으로 소비가 늘고, 수출호조세가 길어짐에 따라 점차 생산능력 확충압력에 직면한 기업들이 늘면서 설비투자 증가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에 의해 발표된 기업경영분석에서 나타났듯이 상당수의 제조업분야의 기업들 재무상황은 크게 개선되어 투자여력이 있어 보인다. 2004년 3월말 현재 상장법인들의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었다. 따라서 내부 유보자금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추가 자금조달여력이 크다. 특히 가시적 재무상황개선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기업의 전년대비 유형자산 증가가 0.4%에 머물러 아직까지 투자회복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여건들은 종합적으로 점진적인 투자증가를 예상케 해 준다.
앞에서 제시된 점진적 경제상황 개선 시나리오를 위협하는 잠재요인 또한 적지 않다. 해외와 국내 여건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먼저 해외요인으로는 벌써 국내물가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기업 채산성 악화 및 가계 가처분소득 하락 등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고유가와 우리의 제일 중요한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경제 긴축이 여전히 중요한 잠재 악재라 할 수 있다. 최근 유가 급등세가 진정된 것 같으나 중동지역 불안 요인이 현재화되면 유가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실물경제 회복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요인에 대해 우리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전무하다. 따라서 외부요인에 예의주시해야 하겠으나 동시에 우리가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에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 마디로 투자 활성화다. 앞서 보았듯이 우리기업들의 투자여력은 어느 때보다 크다. 그 동안의 논의를 종합하면 노사문제, 규제완화는 두 가지 큰 걸림돌이다. 특히 규제완화와 관련해서 현존 체계의 복잡성 때문에 정부고위당국자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이행이 지연될 가능성을 무시 못 한다. 아울러 가뜩이나 차가운 경제심리를 더 얼어붙게 하는 정책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도 경제회생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