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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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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21세기의 경쟁은 국가와 지역을 뛰어넘는 기업간 경쟁과 함께 국가간·지자체간 시스템경쟁·제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은 우선 기업을 포함한 각 부문의 효율성에서 비롯되지만, 지방경제의 활성화와 국내외 신규기업의 유치에 영향을 주는 정책적·제도적인 환경도 역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더구나 중앙정부의 책임과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이양되면서, 중앙정부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지역발전을 책임져야 할 지방자체단체의 입장에서 지방기업의 활성화와 국내외 신규기업의 유치를 위한 정책환경을 기업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기업활력 증가에 매우 중요하다.


세계 각국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경쟁(policy competition)을 벌이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각지로 이동하고 있고, 아일랜드·동남아시아·중국 등 국가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세계 유수의 기업을 유치하려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경제환경과 정책환경을 포함하는 것으로 한 경제가 가지고 있는 생산요소를 최대로 이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소득과 부의 창출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각종 정책적·제도적 틀을 말한다. 기업활동에 대한 높은 정부규제, 열악한 금융지원체제, 높은 지가 및 노사분규, 인력난 등은 기업활동을 어렵게 한다. 지방정부가 토지, 노동, 자본시장 등 기업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줌으로써 창업활성화는 물론 지역기업의 기업경쟁력 강화, 외국기업의 유치가 용이해진다. 기업활동이 어려운 지역여건이 조성된다면 그 만큼 기업들의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 어렵게 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요원해 질 것이다.


영국 웨일즈는 지속적으로 투자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기업유치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최고의 노동력과 우수한 인적자원, 활발한 산학협력 관계와 기술혁신, 저렴한 통신비용과 통합된 통신망, 쾌적한 삶의 환경과 삶의 질 등 외국인기업유치를 위해 마련된 이러한 환경적인 조건은 지역기업들의 비즈니스 환경도 함께 개선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었다. 중국 칭다오시는 외국인기업 유치를 위해 하이테크 투자 우대, 기초건설투자 우대, 토지사용료 면제 등 정책을 실시하였고 칭다오경제기술개발구에는 부가가치세 감면,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소득세 감면 등의 다양한 우대조치를 취하였다.


국내 지방자체단체들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제도와 정책의 정비는 아직도 초기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의 창업, 외국기업의 투자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수많은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격렬한 노사관계는 외국인투자의 주요한 걸림돌 중 하나이다. 기업경영의 하부구조인 사회간접자본, 교육·병원 등 생활편의 시설, 금융재정환경, 인력조달 등 많은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기업이 이동하는 현상은 단지 외국기업에 국한되는 현상만은 아니다. 외국기업들이 기업활동을 하기 위한 최적지로 한국을 기피하는 현상과 국내의 기업들이 해외로 이탈하는 현상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국기업들이 중국, 동남아시아 등 기업하기 좋고 제품수요가 많은 국가들을 향해 이동을 시작하였다. 최근 산업공동화(industrial hollowing)의 진전과 국내 산업기반 붕괴론이 대두되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국내기업의 脫한국의 증가와 외국인기업의 對韓 투자감소로 인해 초래되는 산업공동화를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친화적인 정책과 제도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기업친화적인 새로운 기업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경남, 충북, 경기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국내외 기업의 탈한국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향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얼마나 잘 갖추었느냐가 지방정부의 힘과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지방자치단체간·국가간 제도경쟁·정책경쟁의 성패로 결정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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