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올바른 세계관의 중요성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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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A이사가 30대 초반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한국의 경제 개발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A임원은 깜짝 놀라게 된다.
“이사님, 무슨 큰 차이가 있습니까? 박정희는 독재자였고, 김일성은 이상주의자였지 않습니까?”
이런 답을 듣고 아연실색한 임원은 이후에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모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일부 사람들에게서 묘한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군사 독재에서의 상황을 지나치게 과민하게 받아들이고,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이를테면 북한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그를 만난 아침, A씨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80년대 이념화가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장을 확인하게 된 셈입니다. 물론 전체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이야기를 드렸지요. 장기적으로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무슨 생산성을 올릴 수 있겠습니까. 미약하나마 젊은 직원들에게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정보라도 제대로 공급해 줘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A씨가 한번은 경제인들의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 모임의 말미에 기업인들이 한국 사회에 유행하는 반자본주의 심리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갖고 내노라 하는 경영자들이 포럼 참가자로 참석해서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기회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반적인 분위기가 기업이 장학금이나 불우한 이웃돕기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서 반자본주의 심리를 불식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거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게 아닌데. 다들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체제 내에서 좀 잘 해 보자는 것과 체제 자체에 대한 공격을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경제계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좀더 정확한 문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한국은 왜곡된 세계관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 개인이 잘 살고, 한 조직이 세계 일류조직이 되고, 한 국가가 번영의 길로 달려가는 데는 지적 인프라가 확고해야 한다. 그것은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지 않으면 그 모든 것들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말한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스스로 ‘신념의 인물(Man of Mission)'로 거듭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할 때만이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무장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 사회는 척박하기 이를 때 없다. 설익은 마르크스주의가 여전히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공동생산과 공동분배에 막연한 동조나 민족 우선의 원칙에 대한 믿음들은 웬만큼 교육받은 사람들이라도 반시장적인 믿음이나 정책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젊은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과 그 원인을 가진 자나 자본가에 돌린다면 우선은 그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직에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혁신과 개선을 주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한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지게 해 준다. 그는 개인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도 혁신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좀더 조직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단체들도 이런 기업의 노력에 힘을 들어주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개인과 조직 그리고 한국이란 공동체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