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지난자료

KERI 지난자료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전문가 칼럼

FTA정책, 비전과 준비가 필요하다

08. 4. 30.

0

김세원

국제경제질서가 변질하고 있다. 예외로만 허용되는 지역주의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 현재 WTO내에서 DDA(도하개발의제)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각국 간 FTA체결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다변주의(multilateralism)와 지역주의가 동시에 국제거래의 자유화를 추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FTA는 포스트 DDA를 대비하는 한편 국별로, 지역별로 국제거래의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 온 원조는 미국의 두 트랙정책(2 track-policy)이다. 다변주의만을 고집하던 미국은 캐나다 및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면서 지역주의도 함께 채택했다. 미국은 호주, 싱가포르, 요르단 등 많은 국가들과 FTA를 체결했으며 FTAA(전미주자유무역협정)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이제 FTA기수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부시 제2기 정부에서도 대외경제전략의 일환으로 FTA정책에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두 가지 측면이 흥미롭게 눈길을 끈다. 하나는 APEC을 내세워 동아시아 내에서 지역주의가 형성되는 것을 저지하던 미국이 한국과의 FTA체결에 호의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FTA정책은 EU의 경우와는 달리 지역주의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상대국 시장개방 압력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상이 짙다.


미국이 거래 및 국내시장규모가 더 큰 중국이나 일본을 피하고 한국과의 FTA체결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전략적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또 스크린 쿼터, 투자협정 및 농산물시장 등의 문제해결이 선결조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에게 FTA정책은 다변적인 차원에서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2국간 현안을 처리한다는 보완적인 성격도 갖고 있다.


한편, 한국은 뒤늦게 중국 및 일본과 함께 FTA정책에 뛰어 들었다. 칠레와의 협정체결 이후 일본, 싱가포르, 일부 ASEAN제국,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제국, 중국 및 미국 등과 협상이 진행되거나 논의 중에 있다.


FTA정책은 ‘당사국들 간’ 시장 확대를 시도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많은 수의 국가들과 FTA를 체결함에 따라 당연히 이득이 발생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출과 동시에 수입도 증가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체결 상대국 결정에 있어서 거시경제적 효과를 고려해야 함은 물론 국내 산업구조의 변화와 특화방향을 연계해야 한다.


FTA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내 산업부문별로 국제경쟁력에 기초하여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농업부문과 같이 경제, 사회적으로 시장개방에 민감한 산업에 있어서는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논의를 거쳐 분명한 정책기조를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조치들을 단계별로 집행해야 한다. 한국-칠레 간 FTA 체결경험은 선(先) 국내협상-후 대외협상의 순서를 밟을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국내 사회적 합의를 배경으로 할 때 대외 정책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NAFTA(북미자유무역지역), EFTA, EEA(유럽경제지역) 또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수많은 FTA는 물론 미국의 요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FTA의 형태에 있어서 정해진 모형은 없다. 국제규정에 따르면 당사국 간 상품무역의 자유화가 기본 요건이며 그 이외 서비스무역 자유화 범위 및 투자 자유화, 각 부문에 대한 정책적 접근 등의 포함에 있어서는 당사국 간 합의에 따라 신축적일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상대국별로 다양하고도 차등적인 FTA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즉 상대국에 따라 협정에 담겨질 자유화의 범위나 폭, 또는 방법, 접근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예로 미국과의 FTA에 있어서는 상호 관심부문에 비중을 둔다면, 일본 및 중국과의 FTA 추진에 있어서는 긴 안목으로 하나의 시장을 형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국제경제질서 속에서 한국경제의 발전전망, 특히 특화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는 가이다. 한국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없이는 확대일로에 있는 FTA의 물결을 활용할 수 없다. 지금은 잊혀져 가는 전반적인 경제구조조정 정책이 다시 강력하게 되살아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세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caeonek@plaza.snu.ac.kr)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