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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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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경제발전의 원리에 비춰본 한국과 중국의 경제발전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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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승희

세계를 보는 우주관이 두 가지가 있다. 비유하자면 하나는 수직적 사다리다. 사다리를 타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올라가는 것이다. 다른 세계관은 사다리가 눕혀 있는 것이다. 열심히 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어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불어 간다는 것이다. 전자를 수직적 우주관이라 한다면 후자는 수평적 우주관이다. 이 두 가지 우주관은 인류 역사 발전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 왔다. 세상의 이치는 수직적으로 서 있는 사다리이나, 세상의 이상은 사다리가 눕혀 있는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평적으로 눕혀있는 사다리로는 성공할 수 없다. 경제발전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자기가 원하는 일에서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중국 국민의 50%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민의 1인당 평균 소득은 1천 달러도 안되는 상황에서다. 반면에 평균 소득이 1만 달러에 달하는 한국 국민의 70%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 올림픽 직전에는 한국 국민도 과반수 이상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이 차이는 무엇인가. 성공하는 나라와 성공하지 못하는 나라의 차이는 두 가지 우주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수직적 우주관(수직적 사다리)이 없으면 자본과 기술을 갖다 줘도 발전 못한다. 경제적 차별화가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이다.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지 않으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통하는 잠언이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것이다. 인류가 터득한 이 불멸의 진리가 경제발전 원리의 첫번째이다. 두번째 원리는 집적화이다. 경제적 자원과 활동의 집적화가 경제발전의 자연스런 과정이며, 집적화가 빠를수록 경제발전이 빠르다. 세번째 원리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 않는 즉, 평등화 사다리를 움켜쥐는 것은 경제 정체로 가는 첫 단계이다. 따라서 다음의 세 가지 추론이 나온다. 첫째, 경제의 다양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획일적 사회는 차별화가 일어날 수 없고 따라서 역동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균형 성장은 사다리가 세워져 있는 것을 말한다. 자기가 노력하고 공헌한 것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는 게 균형이다. 사다리가 수평적으로 눕혀 있는 게 균형이 아니다.


경제발전을 이야기하며 생각할 수 있는 첫번째 이슈는 '시장'이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시장은 차별화의 장치이다. 시장의 궁극적 기능은 잘하는 기업·사람을 못하는 기업·개인과 갈라놓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경제가 경제발전과 같이 갈 수 있다. 둘째 이슈는 경제발전에서 시장과 정부 중 어느 쪽이 옳은지 무엇으로 판단하느냐는 점이다. 정부든 시장이든 차별화 기능을 잘 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개입할 때도 차별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슈는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일률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민주주의도 수평적 사다리의 민주주의, 수직적 사다리의 민주주의가 있는 것이다. 수평적 사다리의 민주주의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만이 시장경제의 차별화 기능과 양립할 수 있다. 넷째 이슈는 분배와 효율성의 문제이다. 분배가 '경제 차별화'의 원리를 벗어나면 경제는 정체에 빠진다. 지나친 평등은 차별화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소득의 불균등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다섯째 이슈는 집중화 문제다. 공간적으로든 시간적으로든 집적화·집중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 근세 역사에서 기업성장의 집적이 경제발전의 열쇠였다. 여기서 집적과 독점을 혼동해선 안된다. 여섯째 이슈는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정치적 비즈니스 싸이클이다. 이 주기는 각 국가의 독특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경험에 의하면 대체로 한 세대, 약 30년이 한 주기가 된다. 평등주의를 내세우는 정치가 되면 30년 가까이 경제발전은 정체되게 된다.


한국 경제발전의 요인은 '차별화'였다. 개발연대의 무역정책이나 새마을 운동도 차별화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 경제는 장기적 정체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 첫째 원인은 평등주의다. 평등주의 정책이 모든 면에 자리 잡았다.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이고 대단히 획일적인 정책이다. 이는 경제적 역동성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중국은 마오 시대와 문화혁명 시기에 극단적인 평등주의 때문에 성장을 하지 못했다. 덩 샤오핑 시대에 들어 지방이나 개인이나 열심히 하는 경우에 잘 나가고 있다. 개방 특구를 선정할 때 등 모든 정책은 능력있고 열심히, 잘 하는 지역이 혜택을 받게 했다. 이 원리에 따라 나머지 모든 지역이 수직적 사다리를 오르게 된다. 도시와 농촌을 차별화 했고, 공업과 농업 그리고 지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을 차별화 했다. 중국은 노력에 따라 분배를 받는 게 사회주의라고 했는데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자본주의다. 중국도 균형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망한다. 잘 나가는 사람을 잡으면 망한다. 모든 사람을 잘 살게 하려면 모든 사람이 수직적 사다리를 타고 열심히 올라가도록 할 수 밖에 없다. 이의 열쇠는 경제적 차별화를 통해 스스로 돕는 자가 우대받게 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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