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지난자료

KERI 지난자료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전문가 칼럼

월요일 아침은 왜 일찍부터 막히지?

08. 4. 30.

5

조성봉

월요일 아침은 일찍부터 막힌다. 왜 그럴까? 월요일에는 회사마다 회의가 많기 때문이다. 지방의 지사나 출장소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본사 회의에 참석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인다. 월요일 아침이면 직장인들은 늦지 않기 위해 조금씩 일찍 출근한다.


그러나 다들 조금씩 일찍 출근해 문제가 일어난다. 정확히 측정해 봐야겠지만 교통량이 많기 때문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일찍들 출근하기 때문에 러시아워가 일찍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사실 특별히 일찍부터 막힐 이유는 없는데 사람들이 그저 일찍부터 막힌다고 생각해 일찍 나오니까 막히는 것이 ‘일찍’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평상시처럼 나오리라고 생각하면 모두 일찍 나오지 않고 편안하게 출근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모두 천천히 출발하면 좋으련만…


이런 문제를 게임이론에서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부른다. 더 좋은 결과가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각자는 자신에게 최선인 방안을 추구하게 돼 모두에게 최선이 아닌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현상을 사회과학에서는 흔히 ‘구성상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이라고도 한다. 사회의 각 구성원이나 부분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적절했던 것이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때 쓰는 말이다.


야구장에서 장타가 나왔을 때 앞사람들이 일어서서 보면 뒷사람들도 할 수 없이 일어서서 봐야 한다. 다 앉아서 보면 편할 텐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이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모두 과외를 시키니 내 자식도 시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 안하면 좋으련만.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날 때 사회적으로는 자원이 낭비되고, 시간과 정력을 모든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허비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수요가 증가할 때 시장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문제가 해결된다. 구성상의 모순이나 죄수의 딜레마는 대부분 공급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다. 교육시장을 예로 들면 학교 간 경쟁이 허용된다면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치므로 과외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우리나라 학교에서 공교육이 무너져 별로 가르치는 것이 없다보니 과외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공급이 증가할 수 있는 경쟁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즉 교육 공급에 경쟁원리가 허용되지 않았다. 정부가 교육시장 진입과 가격을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리법인은 교육시장에 진출할 수 없고 외국의 학교도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길이 차단돼 있다. 정부가 대학교 등록금과 고등학교 등록금을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시장에서는 공교육이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는 길이 실질적으로 차단돼 있다.


대부분 시장에서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가격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규제 때문이거나 공공부문이 공급하는 재화나 용역의 가격이 적절하지 못하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분양가를 규제하면 할수록 분양에 따른 프리미엄이 커지므로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고 투기적 요인이 심해지게 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킨다고 인위적인 억제책을 너무 많이 쓰면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주택난은 심해지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주택 공급의 감소로 건설경기는 악화되고 이에 따라 경제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가 미치게 된다. 미국 대도시의 슬럼은 임대료 규제로 인한 비극이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는 “폭격 외에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료 규제”라고 말할 정도이다.


지난 2월 한국개발연구원이 발간한 『주택시장 분석과 정책과제 연구』라는 보고서는 1986년부터 2004년까지 주택가격과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분석하였는데 부동산가격 억제책은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규제’와 ‘완화’를 오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 참여자에게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줘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출근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어떨까?


공급이 제한돼 있을 경우에는 수요가 몰릴 때 가격이 급등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렇게 급등한 가격을 ‘피크로드 가격(Peak Load Pric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성수기에는 비행기 요금이 비싸지고 비수기에는 다소 값이 떨어진다. 전기요금도 밤에는 싸고 낮에는 비싸다. 에어컨을 많이 켜 냉방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도 전기요금은 비싸다. 시장원리를 잘 적용하면 이처럼 수요 증가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격이 탄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로나 대중교통에는 피크로드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따라서 피크로드 가격으로 월요일 러시아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런데 관공서나 회사들이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월요일 러시아워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전 9시까지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방법 외에 10시까지 출근하고 7시에 퇴근하는 방법 또는 8시까지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하는 방법을 추가하면 모든 사람이 일찍 몰리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9시까지 출근하려하고 모두 일찍 나오는 현상이 사라지면 대부분의 사람이 9시까지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한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가 안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서둘러 더 일찍 나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예전과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이 월요일 러시아워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시장원리는 결국 선택의 원리다. 우리에게 선택의 길이 많을 때 해결책은 가까이 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