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중소기업보다는 좋은 중소기업을 찾아내는 히딩크를 지원하여야
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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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중소기업문제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앞으로도 두고두고 논의될 과제이다. 왜 그럴까? 그렇게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이라는 것이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전국에 300만개가 있고 그 종업원은 천만명을 넘는다. 따라서 중소기업 지원문제는 언제나 정치가들과 국회의원들의 표와 직결되어 있다. 어떤 식으로든 지원을 하고 보호를 하자는 식으로 정치적 압력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그럴 줄 알고 엉터리 기업인들이 몰려들기 마련이고 그 결과 중소기업 전체의 경쟁력은 향상되지 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건실한 중소기업으로서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도 적지 않다. 또한 비록 역사는 짧더라도 그 경쟁력이 이미 잘 확보되어 인정을 받는 기업들도 꽤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아직 그 경쟁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다르다. 대기업은 대부분 상장기업이고 상장기업이 아니더라도 그 기업의 성과에 대한 정보를 제3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내부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복식부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어떤 중소기업이 좋은 중소기업인지 알아내는 것 자체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대기업은 전국을 또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그 속성상 한정된 지역이나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따라서 해당 지역이나 시장을 잘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 외에 중소기업을 잘 알기란 쉽지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중소기업 지원방식은 무차별적인 지원이다. 일례로 자동차가 확산되어 소비자들의 쇼핑문화가 바뀌어 가는데도 재래시장을 활성화한다든지, 가내수공업·유통업·음식업·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식의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의 형태가 바뀌어가는 데에도 농가 지원하듯이 중소기업이라는 간판만 걸고 있으면 무조건 지원하는 식의 지원은 결코 중소기업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 지원기관, 보증기관 그리고 은행들이 있지만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이다. 즉 어떤 중소기업이 사업을 잘하고 시장에서 경쟁력 있을 유망한 기업인지 미리 판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을 평가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지역과 시장을 자세히 파고 들어가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에 그 신용평가에 많은 인력과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월드컵 축구의 영웅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히딩크가 우리나라 축구의 발전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하였지만 가장 두드러진 업적 중의 하나가 선입견 없이 유망선수를 발굴하였다는 것이다. 히딩크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프로뿐 아니라 대학과 실업의 아마추어 경기를 살펴보면서 유망 축구선수를 발굴하였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위해서도 이런 히딩크가 필요하다. 전국의 축구선수들을 무차별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면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선수를 잘 찾아내는 스카우터들을 전국에 풀어놓는다고 하면 축구선수들은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중소기업지원보다도 중요한 것은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좋은 중소기업을 잘 찾아낼 수 있는 신용평가기업을 지역별·산업별로 육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