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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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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국경제의 드라큘라 백작, 일본식 장기불황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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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국

옛날 동유럽의 트랜실바니아 지방에 있었다고 하는 드라큘라 백작은 영화 등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존재이다. 백작이 유명한 이유는 남의 피를 먹고 사는데다가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지지부진한 경제상황이 여러 해 지속되며 골이 깊어가자 마치 드라큘라 백작처럼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한 걱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는 백작께서 싫어한다는 마늘을 즐겨먹어 쉽게 퇴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장기불황 귀신이 영 떨어지질 않고 있다. 확실한 퇴치를 위해서는 백작의 가슴에 특별한 말뚝을 박아야 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내수회복이다.


일본 장기불황의 거시경제 현상적 특징은 민간분야의 소비와 투자의 장기 침체이다. 이를 타개하려고 공공지출 증대를 핵심으로 국가재정의 극심한 악화를 감수하며 노력을 기울였으나 10년 이상 별 무효하여 최근까지 침체가 길어진 상황이다. 마치 피해자의 피를 말리며 사는 흡혈귀가 연상된다. 우리의 경우 일본에 비해 수출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서 (2003년 기준 한국 37% vs. 일본 11%) 수출호조에 의한 국내경기 부양효과가 일본보다 크다. 따라서 최근과 같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한, 비슷한 상황에서도 성장률이 영(0)%에 그치는 일본과 같은 모습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되어 수출이 제자리에 머물면 우리도 장기불황에 진입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내수부진으로 우리의 재정상황이 점차 악화됨에 따라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내수회복이야말로 장기불황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다. 올해 들어 민간소비는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투자가 살아난다면 내수회복세가 공고해진다. 투자부진은 당장의 경기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장기화 되면서 우리의 잠재성장능력을 손상시킨다. 따라서 투자활성화는 우리경제에 매우 절실한 일이다. 과연 그 동안 투자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살펴보자.


<그림>이 1990년 이후 우리 투자의 추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건설투자의 비중이 非건설투자보다 훨씬 크며, 건설투자 중 90년대 후반 이후 토목 건설증가세 둔화가 특이 하다. 둘째,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를 합하여 설비투자로 분류하는데 설비투자 부진은 운송장비 투자 부진에 집중되어 있고 기계류 및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과 같은 기업투자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해오고 있다. 먼저, 운송장비 투자 부진의 원인을 살펴보면 물류산업 현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내 운송수단별 화물운송분담률을 보면 도로 분담률이 70%를 상회하기 때문에 운송장비의 대부분이 차량이다. 그런데 사업용화물차량 대수의 추세를 보면 1998년까지 약 20만대를 하회하였으나 1999년 화물운송업 규제완화를 계기로 그 이후 30만대를 넘었다. 이에 반해 육상운송량은 7.4% 증가에 그쳐 운수업계 불황을 초래하였는데 이런 불균형이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의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그림> 건설, 설비, 무형고정자산 투자 추세*

  • 2000년도 기준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

  • 다음으로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토목건설 투자의 정체가 길어지면서 정부주도의 SOC 투자가 한계를 드러낸 듯한 모습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 발주, 기성 금액은 90년대 이후 크게 늘지 않고 있어 긴요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그 사이 대부분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공공분야 토목건설의 전체 수주액(경상가격)은 1996년과 1997년 약 25조원 내외를 기록한 후 크게 떨어진 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의 경우 24.5조원을 기록했다. 공공분야 토목건설의 대표적 분야인 도로교량의 경우 1996년에서 1998년 기간동안 매년 10조원이 넘는 수주가 있었고 그 이후 수주액이 줄었는데 2004년의 경우 8.7조원에 그쳤다. 그 다음으로 큰 부분이 고속철, 지하철 공사에 연관된 철도궤도분야로 2001년 이후 수주액이 3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런 토목건설분야의 추세와 달리 민간이 주 발주자인 공장·창고 건설은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995년 4.9조원까지 달했던 이 분야의 수주는 그 이후 0.5조원(1998년)까지 급락하였으나 점차 증가하여 2004년에는 수주액이 5.8조원을 상회했다. 이런 추세는 앞서 살핀 기계류 및 무형고정자산 투자 추세와도 관련이 큰데 그나마 기업들이 공장 등의 시설을 늘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 경기진작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그 동안 재정지출을 동원하여 건설투자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해 초 건설부문도 일부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부터 시행될 BTL 등을 포함한 종합투자계획을 수립하여 건설투자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행정도시 건설사업에 따른 지출도 일조할 것이다. 하지만 건설투자 전체 규모와 다양성을 감안할 때 이들 사업만으로 건설 전반의 광범위한 회복세를 이끌어 내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경기과열 방지를 통한 가격억제는 현 정부의 첨예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주택건설이 빠르게 느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 외에도 세액 공제, 규제완화 등의 방안을 통해 투자진작을 위해 노력해왔다. 기업투자 증가, 공장 증설 등과 같이 제한적이나마 정부의 노력이 투자 증가에 일조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동안의 수출호조, 높은 제조업 가동률, 기업들의 여유자금보유 증가 등의 긍정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투자진작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판단이 불가피하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과제도 결국 민간기업과 민간자본의 투자 활성화가 투자확대의 관건이다. 이런 규모와 성격의 투자는 제조업체 확장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기업도시 건설, 대규모 위락시설 건설 등과 같은 서비스업 분야와 관련된 대형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는 방안은 결국 사업추진 능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이나 대형 외자유치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기업 활동을 보는 정부 시각의 큰 변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쉽게 실행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분야에 대한 각종 진입규제와 두 번째, 모든 기업간의 필요재원과 경영전문성 이동에 대한 제약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서 제시된 두 가지 제약이 철패 되었을 때 발생할지 모르는 기업이나 대주주의 ‘무리’한 결정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이는 시장규율이 최대한 작동하도록 하여 해소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도 주식 및 채권시장, 신용평가 등을 통한 시장규율체계가 강화되어서 기업의 ‘무리’한 결정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결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정부는 직접 ‘지도’하겠다는 가부장적 자세를 탈피하고 시장규율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물류산업의 구조조정과 여건 개선이 수송장비 관련 투자를 증대시킬 수 있다.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높은 물류비용에 대한 기업들의 애로호소가 지속되고 있어 물류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는 설비투자의 중요한 축의 하나인 운송장비 투자를 늘리는 방안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소비와 투자의 증대를 통한 본격적 내수회복이 이루어져야만 장기불황이라는 우리경제 드라큘라 백작의 가슴에 박을 말뚝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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