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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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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부동산값 상승 뭐가 문제기에…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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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영

서울 명동의 땅값은 얼마나 돼야 적당한 것인가? 강남의 아파트 값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나? 이런 질문에 정답은 없다. 그런데도 땅값이 급등할 때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이는 것은 몇 가지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이 걱정된다. 저소득 가계에는 주택 임대료가 소득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마련인데,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면 주거가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월세 보다 전세가 보편적인 임대차 계약 형태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기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은 아무리 아끼고 저축해 봐야 꿈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1980년대 말 전세 가격이 폭등하자 많은 영세민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은 것은 물론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했다.


또 다른 문제로 부동산 가격 거품을 지적할 수 있다. 부동산 값이 오를 것 같아 투자를 한다면 실제로 가격이 오른다. 이것은 부동산의 내재 가치와는 무관하다. 부동산은 덩치가 큰 자산이기 때문에 보통 은행돈을 빌려 투자하게 되는데, 부동산 값이 올라가면 점점 더 많은 은행돈이 부동산에 묶이게 된다.


부동산 폭등의 또 다른 문제 ‘국민 위화감’


거품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거품이다. 가격 거품이 꺼질 때 투자자가 도산하는 것은 물론 은행 역시 막대한 부실 자산을 안게 되고, 그 여파로 금융 부문의 실물경제 지원기능이 마비된다. 이런 연쇄 작용의 실례를 우리는 1990년대 초 일본에서 보았다.


또 한 가지 국민 위화감 문제도 언급된다. 가난한 사람이 더 어려워지지 않아도, 거시경제적으로 거품의 문제가 없어도, 부자가 더 부자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80년대까지는 주로 토지 가격 급등이 문제였던데 비해, 2002년 이후 10·29 대책 등 여러 가지 대책들은 주고 강남의 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정해진 세금을 내는 한 부자들의 고급 주택 가격이 오르는 데 대해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다. 고가 주택들이 주택 정책의 주된 관심사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서를 반영할 뿐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문제들이 있을 수 있지만, 많은 경제학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 자체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가격에는 귀중한 정보들이 집적돼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급자들에게 더 많이 생산해서 공급을 늘리라는 신호를 준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주택 가격이 회복되자 공급은 급속히 늘었고, 10·29 대책 이후 가격이 내리자 주택 건설이 곤두박질쳤다. 수요자에게는 수요를 줄이라는 신호가 간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면 시장은 새로운 균형을 찾게 된다. 시장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억지로 가격을 낮추려고 하면 가격 신호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 공급이 늘지 못하고 수요는 줄지 않아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상호작용 결과 찾아진 시장가격은 부동산의 희소성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전달한다.


필자는 영국에서 발행된 『토지법(Land Law)』이라는 명쾌한 제목을 가진 책의 맨 첫머리에 “토지 정책의 목표는 토지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부동산을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의 생산성이나 소비자의 효용이 그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 주장은 맞다.


“토지 정책의 목표는 가치를 높이는 것”


부동산 가격 상승이 반드시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경제학자들이 자산 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2000년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술주 가격이 폭락하자 많은 사람은 미국 경제가 심각하게 침체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주식가격 거품에 의존해 유지되던 회사들이 도산하거나 투자를 크게 줄이는 데 덧붙여, 보유 자산의 가치가 줄어든 개인들도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유 자산의 가치가 줄거나 늘어 소비를 줄이거나 늘리는 행태가 바로 ‘자산효과’다. 미국 경제의 침체는 곧 세계 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다른 나라의 전문가들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미국 경제는 이전 시기의 호황에 비해 위축되었지만, 그 정도는 예상보다 훨씬 완만했다. 주식가격 폭락으로 거대한 액수의 자산이 허공 중에 사라졌지만 왜 그 파급 효과가 크지 않았을까?


한 가지 유력한 가설은 주택가격의 상승이 주식가격 폭락을 상쇄했다는 주장이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한 것에 따르면 주택가격 증감에 다른 자산효과는 주식가격 자산효과보다 최소한 두 배는 크다. 따라서 주택가격이 덜 올랐다고 해도 주식가격 폭락의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집값 상승이 세계 경제를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에 주식과 주택가격이 같이 떨어졌다면 세계 경제가 깊고도 긴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지만, 실상 그런 문제가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의 강남 아파트 가격 문제만 해도 저소득층 주거 안정에 아무런 피해가 없었고 거품이 생성된 것도 아니었다. 과거를 회고해 볼 때도 부동산을 잡아야겠다고 난리를 피웠지만 그 난리는 아마도 올라야 할 가격을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통과 의례가 아니었는가 한다. 가격의 움직임에 대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거기에 담겨있는 정보를 존중하고 받아들여서 누구나 건강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정책의 목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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