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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PEF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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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열

2001년에 만들어져 2005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가지는 한시법으로 만들어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이처럼 수명이 다해가는 상황에서 지난 5월 2일 서울고등법원이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헌법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으나 차제에 우리는 짧지 않은 기간 우리나라 구조조정 시장에 하나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던 이 제도에 대해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촉법은 입법당시부터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도입된 데에는 당시 기업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효율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거의 부재하였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기업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시간에 따라 기업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급락을 하게 된다. 이는 한보철강의 경우 1997년 부도 후 기업가치가 2조원이었으나 2003년에는 4천 4백 억원으로 5분의 1로 하락하였던 데에서도 여실히 볼 수 있다.

따라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구조조정이며 조기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채권자들의 채권을 소수의 채권자로 응집할 수 있는 채권 결집이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다.

외환위기 전후 이러한 채권결집을 조기에 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금융기관의 규모가 지나치게 왜소하여 부실기업에 의사를 통일할 수 없는 다수의 채권자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부실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자금동원 시스템도 없었고, 법원의 회사정리 제도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게 운용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 시스템의 공백 하에서 동원된 것이 채권단끼리의 협약에 의한 구조조정 방법이었다. 금융기관 협약에 의한 구조조정은 당시 금융기관을 거의 장악하고 있던 정부 당국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가장 적합한 방식이기도 하였다.

채권단끼리의 협약은 부도유예협약에서 보다 정형화되었고 협약 참여 대상을 좀 더 확대하여 만든 것이 워크아웃 제도였다. 그리고 워크아웃에 법적 강제성 및 구속력을 부여한 것이 지금의 기촉법이다. 한마디로 기촉법은 부실기업에 대한 채권결집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던 것이며 그 점이 존립 근거였다. 지금 위헌심사의 대상이 된 사항도 기촉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법적 강제성과 구속력에 관한 조항이다.

채권의 조기 결집능력 정도를 효율성이라고 불러보면 기촉법의 효율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어 향후 기촉법 존립 근거가 근본적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당초 기촉법은 금융기관들이 자신의 채권만을 회수하고 협약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소위 Free Rider 문제를 막고자 하였으나 협약에서의 일탈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환경 변화는 협약에서의 일탈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고 조장하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면 기촉법은 채무조정 대상 채권의 범위를 외국계 금융기관의 경우 국내지점 보유채권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자본의 유출입의 자유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 지점과 해외 본·지점의 구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실제로 이러한 헛점을 이용한 Free Rider들이 많이 발생을 하고 있다.

또한 금융 및 자본자유화의 진행으로 금융기관들에 대한 외국인 주주 지분은 꾸준하게 상승하여 지금은 국내 은행이라도 최대 주주는 외국인인 경우가 대다수 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정부 당국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된 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협조 융자 채권 동결 등을 해 줄 수 있는 곳은 대폭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행스럽게도 작년 말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및 시행령 개정으로 국내에도 사모투자전문회사(Private Equity Fund; PEF) 제도가 도입되었다. PEF 제도는 근본적으로 자본을 사적으로 동원해서 자본차익(capital gain)을 누리기 위해 선진국에서 운용되어 왔던 제도이다.

작년 말에 국내에 도입된 우리의 PEF 제도는 자본을 사적으로 모집하는 것을 허용하고 주로 부실기업 인수에 사용될 것을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PEF 제도 아래서는 부실기업을 자본 참여만을 목적으로 하는 유한책임사원(Limited Partner)과 운영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무한책임사원(General Partner)이 결합되어 부실기업을 사들인 다음 (Buyout) 구조조정을 통하여 부가가치를 높여서 팔 수 있다. 이러한 PEF 제도 아래서 구조조정은 완전히 시장원리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이제 다수 채권단끼리의 협약을 바탕으로 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은 시장원리에 의하여 구조조정을 하는 PEF에게 그 역할을 넘길 때가 되었다. 과거 같았으면 외국계 자본의 인수로 종결되었을 진로의 인수 건에 대하여 국내의 하이트 맥주 컨소시움이 인수한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문제는 PEF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많은 규제 하에 놓여져 있고 이러한 규제가 PEF가 제대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이 해야 할 일은 기촉법의 수명 연장이나 대체 입법을 위해 고심을 할 것이 아니라 기촉법이 맡아왔던 기업 구조조정에서의 역할을 PEF가 시장원리에 의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PEF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PEF를 활성화하고, PEF들로 하여금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제도적 여건을 정비해 주어야 한다.

위헌의 소지가 있고 효율성이 떨어져 버린 기촉법의 수명을 연장시키려고 하기보다는 PEF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PEF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정책 당국의 할 일이다.

최두열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업경영학부 교수, dychoi@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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