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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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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보이는 손의 부작용 감축방안: 시장적인 방법과 투명성에 의한 방법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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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채열

개인의 자유와 창의 그리고 보편적인 룰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기구는 경쟁과 적자생존을 통한 효율성의 향상에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적자생존의 이면에는 도태된 약자가 있으며 또한 외부효과와 정보비대칭 등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시장실패도 있다. 따라서 기본적인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시장실패의 보완이 필요하게 된다. 공동체의 목적달성을 위해서 그리고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가격기구의 보편적인 룰을 대체하는 특수한 배려 ▸ 인위적인 정부의 개입 ▸ 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또한 정부실패를 야기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부실패의 극단적 징후는 정권교체 때마다 전직대통령 또는 전직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현실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보이지 않는 손인 가격기구에 비하여 보이는 정부 손의 자의성과 그에 따르는 부패가능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장기구에 의한 자원배분의 단점을 교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여러 가지 형태의 비효율성과 부패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하나의 극단적인 방안은 정부의 개입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극단적 자유주의자의 최소정부론이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불가피한 부분에는 정부의 개입을 허용하되 정부실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보이는 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다음의 2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정부규제에 시장적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과 (2)투명성에 의한 자동적 감시견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첫 번째 시장적 방법의 활용은 참여자들의 유인구조를 감안한 유인합치적인 제도를 구축하여 그 제도를 집행하는 데에 인위적 개입의 필요성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제도를 운영하는 규제자의 자비심이나 예외적인 노력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제도의 운영이 제대로 되게 하는 것이다. 게임이론의 용어로 말하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상태가 그 게임에서의 균형이 되도록 규제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게임에서의 균형은 self enforcing(자동 실행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행동하면 자동적으로 달성되는 결과이다. 규제구조가 제대로 설계되면 바라는 결과가 제대로 집행되는지 여부를 감시할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규제는 시장을 대체하려고 하지 말고 시장을 모방(mimic)하여야 한다.”는 점이 시사적이다. 시장에서는 그 운영에 정보요구·부하(information requirement, information load)가 적으며 주어진 가격정보 하에서 자기 이익을 마음대로 추구하도록 허용된다. 따라서 가능하면 시장방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정보요구를 줄이며 또한 정부실패(부패)를 줄일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시장적 요소를 활용하면 이해당사자가 자기 이익추구 성향에 근거하여 효과적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 보호할 수 있게 되며,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되면서 (따라서 정부실패가 최소화되면서) 규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정부실패를 초래할 수 있는 보이는 손인 정부의 직접규제보다는, 시장적 방법에 의하여 피규제자의 자발적인 이익추구와 손실최소화 노력에 의하여 규제의 목적이 자동적으로 달성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활용적 제도의 예로는 각종 손해배상 제도(예를 들면 공무원의 예산낭비에 대한 손해배상제도, 제조물 책임법)의 활성화와 오염배출권 거래제도 등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약가제도에 대한 내용으로, 약가규제에 시장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함을 제시하는 사례이다.


"1977년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으로 시행한 의료보험약가제도인 ‘고시가 상환제도’에서는 (비공식적) 과다한 약가차액과 뒷거래 때문에 비리가 문제되었다. 이러한 비리를 시정하려고 1999년 11월 새로 도입한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공식적인 약가차액은 존재할 수 없게 하였으나, 대신에 모든 것을 뒷거래로 전환시키고 실거래의 파악도 의미가 없게 만드는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이 2가지 제도는 관련 당사자, 특히 요양기관의 유인에 대한 적절한 분석이 없이 ▸ 즉 도입 제도에 대한 요양기관의 합리적인 반응 행태에 대한 고려가 없이 ▸ 도입·시행되어서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 제시된 대안은 관련당사자의 유인합치성(incentive compatibility)을 고려하여, 현행 제도인 실거래가 상환제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실거래가를 파악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 제시하는 대안(실거래가 상환제도+유인제도)에서는 관련 당사자들이 정상적인 실거래가를 형성할 유인을 가지며, 또한 실거래가를 보고할 유인도 가지게 된다.(양채열, 2002, 보험 약가제도에 대한 분석과 개선방안: 유인합치성(Incentive Compatibility) 관점에서, 국제경제연구)”


잘못된 규제에 의하여 시장이 인위적으로 억눌리게 되어 정상적인 상거래가 위축되고 대신에 뒷거래 등의 비리와 그에 따르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시장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대안적인 제도가 도입되어야 약가관련 문제점은 해소될 것이다.


보이는 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두 번째 방안은 투명성에 의한 자동적 감시견제 시스템의 구축 방안이다. 이는 시장적인 방법의 활용이 어려운 분야에서 정부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정부실패의 주요 행태는 부패로 나타나게 되는데,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패관련 유명한 공식인 “C=M+D-A”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 식에서 C는 Corruption(부패), M은 Monopoly(독점), D는 Discretion(재량권), A는 Accountability(책임성)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검찰의 경우에 기소독점주의(검찰만이 소를 제기할 수 있고; M), 기소 편의주의(검찰이 재량으로 소를 제기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D)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만약 책임성(Accountability)이 없으면(-) 필연적으로 부패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독점(M)과 재량권(D)을 줄이고, 책임성(A)을 높여야 한다.


규제기관의 경우에는 성격상 독점을 줄이는 방안인 규제의 철폐나 규제의 경쟁도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 차선책으로 재량권의 축소와 책임성의 강화가 요청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투명 책임 경영과 마찬가지로 투명 책임 행정을 확립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인 방안의 예는 은행에서 도입하는 신용평점시스템(Credit Scoring System: CSS)과 유사한 제도를 공공부문에 도입하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금융선진화를 위하여 도입한 CSS는 대출 담당자의 재량권을 축소하여 비리를 방지하며 업무를 경감한 것이다. 이 제도는 대출자의 속성을 객관화된 자료를 활용하여 점수를 시스템적으로 자동 계산함으로써 그 점수에 근거하여 대출여부와 적용금리 등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영의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 중의 하나인 “예외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exception) 기법 ▸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시스템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처리되도록 하고, 극히 예외적인 사항에 대해서만 관리자의 재량에 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기법 ▸ 의 구현인 셈이다. 물론 부득이하게 재량적인 의사결정(예외처리, override)을 하여야 할 경우에는, 재량권은 보장하되 사유를 첨부하여 사후 책임성을 밝힐 수 있는(즉 accountability를 확보할) 보완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은행의 CSS는 현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도입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양형기준법에서 벤치마킹할 사례라고 할 것이다.


양형기준과 관련한 시스템에서는, 시스템의 가이드라인과 동일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거의 자동적으로 최소한의 서류작업(예를 들면 문서 체크박스에 OK라는 체크 하나로 되도록)만으로 업무의 처리가 되도록 한다. 만약 고려하여야 하는 특수상황이 있어서 가이드라인과는 다른 양형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사유를 첨부문서에 명기하고 가이드라인과 다른 의사결정을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스템의 제시(가이드라인)가 있고, 시스템과 다른 의사결정을 할 재량권은 주어지되, accountability의 확보를 위한 보완조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요체는 재량권이 필요한 분야에 당연히 재량권을 부여하되, 그 대신에 재량권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다. 투명성과 책임성이 높아짐으로써 불편하게 되는 사람들의 반발은 예상되지만, 양형기준법의 도입은 정부실패를 방지하고 좋은 사회로 나가는 데에 아주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양채열 (전남대학교 경영학부 부교수, cyyang@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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