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기업을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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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반기업정서가 만연되어 왔으며, 특히 이른바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기업집단을 보는 시각은 더욱 부정적이다. 일반국민들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 정치인들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원인은 우선 우리나라 기업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비롯한 기업 스스로의 행태에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본질 및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는데서 반기업정서와 부정적인 시각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상품을 생산하고 국민은 이를 소비하는 주체다. 물론 외국 소비자들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기업이 국민을 위한다는 소명의식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는 기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상품을 사지도 않는다. 교환이 기본적으로 설득의 과정이듯이, 기업과 소비자는 상품을 매개로 서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각자 이익을 얻고자 한다. 그런데 기업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상품을 사도록 설득하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상품을 사라고 소비자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어려운 처지에 있으니 살려달라고 호소할 수도 없다. 결국 가격과 품질로써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요구를 만족시켜 줌으로써 이윤을 남겨 생존할 수 있다. 즉 기업은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봉사하는 존재고, 베풂의 결과로 이윤을 얻는다. 아무리 잘 베풀고자 하여도 상품을 사 주지 않는다면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기업이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상품을 통해서고, 멀어지는 것도 상품 때문이다. 간단한 경제원론이다.
어느 기업이 승승장구한다는 사실은 그 기업이 소비자들의 요구를 오랫동안 잘 만족시켜주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돈을 많이 벌어 커다란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경우 흔히 일으키는 착각은 기업이 소비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다. 그러나 기업은 변화무쌍한 소비자 앞에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다. 구매 행위를 통해 냉정하게 기업의 운명을 좌우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소비자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업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 기업이 소비자인 국민을 깔볼 수 없는 이유다. 국민의 위탁을 받고 경영해서 깔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이 대규모 기업집단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특혜 속에서 성장한 국민 기업이면서도 중산층과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도 되새겨볼 일이다. 전폭적인 지지와 특혜를 보낸 절대 다수의 소비자들은 대규모 기업집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순전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상품을 많이 구매하는 행위로 전폭적인 지지와 특혜를 보낸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말도 틀렸다. 중산층과 서민층도 대규모 기업집단이 만든 상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국민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성장의 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 누구도 근거 없는 반기업적 발언으로 요즈음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되어버린 잘 나가는 자에 대한 집단적 린치 현상을 심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나 언론,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기업측의 적극적 노력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반기업 정서를 해소시켜 왔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김영용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한국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회장, yykim@chon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