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의 관전 포인트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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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작년 12월 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이하 MS)에 대하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관련법을 위반하였다고 결정하고 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공식효력을 갖는 공정위의 의결서(추후 작성·발표)는 아니지만, MS에 대한 공정위의 중요 결정내용을 담은 발표였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에서 MS가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PC 운영체제(MS Windows)에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결합판매, 둘째 PC 운영체제에 메신저 프로그램을 결합판매, 셋째 PC 서버 운영체제에 미디어 서버 프로그램을 결합판매 하였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법위반 판단에 따라 MS에 대하여 프로그램의 분리명령, 경쟁제품 탑재 및 윈도우메신저-MSN메신저간 상호연동 금지 등의 시정명령을 결정하였고 약 33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두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발전에 따른 통합서비스 추세를 외면한 결정으로 우려하는 한편, 국제 독점기업의 횡포를 응징한 결정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각자의 입장이 달라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어느 것이 옳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또한 이번 사건은 어차피 EU의 사례에서와 같이 최종결정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장기간에 걸쳐 법정공방이 이루어질 이번 사건에서 핵심적인 이슈가 무엇인지를 짚어 보고자 한다.
이번 시정명령에서 공정위가 제시하는 MS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의 근거는 주로 MS가 운영체제와 결합판매한 제품 및 경쟁사 제품의 시장점유율 변화이다.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의 경우 2000년 말에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이하 WMP)의 점유율이 39%, RealNetworks(이하 RN) 제품의 점유율이 37%였으나 2004년 8월에는 WMP가 60%, RN이 5%로 급변하였다. 또한 메신저 시장의 경우 2000년 말에 MS메신저가 13%, 다음(Daum)메신저가 20%였으나 2004년 4월에는 MS메신저가 65.2%, 다음메신저가 5.3%로 시장점유율이 역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점유율의 변화를 단순히 끼워팔기의 폐해 때문으로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 미국 대법원의 1984년 Jefferson Parish 판결을 참고해 보면, 경쟁당국이 MS의 끼워팔기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MS가 소비자로 하여금 MS 상품 이외에 선택 여지가 없도록 구매 강제하였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 실제로 메신저 시장의 경우 2005년 5월에 네이트온은 MSN의 점유율(50.9%)을 넘어 65.5%를 점유하였다.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에서 순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점유율을 계산하면 곰플레이어의 점유율은 WMP의 70%를 넘고 있다. 따라서 MS는 주상품인 운영체제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으나 부상품인 메신저 시장이나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에서 자사의 제품을 구매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MS의 끼워팔기 의혹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생각해 보자. MS가 단순히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과 메신저 시장만을 겨냥하여 결합판매하였다고 볼 수만은 없다. 만약 MS가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의 독점화를 목표로 삼았다면 전술한 바와 같이 곰플레이어와 같은 막강한 경쟁사와 끊임없는 경쟁을 각오해야 한다. 보다 적절한 판단은 MS가 끼워팔기를 시도하였다면 궁극적 목표는 형식(format)을 장악하는 데 있었다는 생각일 것이다. 즉 RN의 미디어파일 형식인 rm파일을 시장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을 수 있다. 레드오션인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에서 소모적 경쟁을 하기보다는 미디어 서버 시장에서 파일형식을 wms로 통일시키는 것이 블루오션의 개척이다. 이는 Adobe사의 전략으로부터도 유추할 수 있다. Adobe사는 Adobe Reader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pdf파일을 전 세계적인 형식(format)으로 보급하여 경쟁사의 출현을 억지하는 한편, pdf파일 작성프로그램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위가 미국이나 EU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미디어 서버 시장에서의 결합판매를 법위반 행위에 포함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미디어 서버 시장에서 고화질 미디어 서버의 경우 2002년에 국내 벤처기업들의 점유율이 90%였으며 저화질 미디어 서버의 경우 1999년 말에 RN의 점유율이 90%였으나, 2004년 8월에는 고화질과 저화질을 불문하고 MS의 점유율이 90%로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점유율의 변화만으로 MS의 형식(format) 장악 시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제품간에 기술적 격차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점유율의 변화를 시장지배력 남용에 따른 끼워팔기의 결과로 해석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MS의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면 운영체제의 시장지배력이 없었어도 MS메신저나 WMP의 시장점유율은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제품간 기술적 격차 이외에 MS사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컨텐츠 부문이다. 한국 소비자의 미디어제품 선호도는 컨텐츠 서비스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메신저 시장에서 네이트온의 역전이나 세이클럽과 버디버디의 약진은 우수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의 서비스에서 비롯되었다. WMP의 경우 다운로드받은 영화를 시청하는 데 필요한 ‘자막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최신 버전은 저성능 컴퓨터에서 작동하기 어려운데, 곰플레이어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번 MS사건에서 적절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제품간 기술적 격차 및 컨텐츠 서비스의 차이를 통제하면서 운영체제를 이용한 지렛대(leverage) 효과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분석결과가 나온다고 하여도 당사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만족할 만한 분석방법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의 입증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친 공방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소비자후생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호환성에 초점을 둔 시정명령이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소비자후생을 위해서 다음(Daum)이나 세이클럽 등 경쟁사의 메신저 이용자가 MS메신저 이용자와 접속할 수 있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어야 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메신저 제품간 배타성이 오히려 소비자후생을 증대시키는 측면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메신저 시장은 망외부성이 강하기 때문에 각 업체마다 이용자 확보 유인이 높으며 이를 위해 메신저 제품 개발에 노력한다. 만약 제품간 배타성을 시정하도록 하는 명령이 내려진다면 메신저 시장에서의 제품경쟁은 약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 MSN과 야후(Yahoo)간 메신저 접속 연계처럼 메신저 업체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제휴할 수 있으나, 경쟁당국이 메신저간 호환을 강제적으로 명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위가 제품간 배타성을 시정하도록 호환명령을 하지는 않았던 데에는 제품배타성과 소비자후생간의 이러한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