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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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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본시장 통합법에 대한 기대와 우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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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조만간 우리 금융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재정경제부가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가칭)을 올해 말까지 제정해서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이 법이 가져올 변화는 1986년 영국 금융시장 빅뱅의 10배에 해당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번 법안이 제정되면, 은행업과 보험업을 제외한 증권업, 선물업, 자산운용업 등을 모두 겸영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틈새시장을 노린 특화전략에 따른 전문화된 금융투자회사의 설립도 가능하다. 여기에 투자대상 자산이 제한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주식, 채권, 부동산뿐만 아니라 금이나 원유 등과 같은 실물자산 등에도 투자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가 허용된다. 또한 금융투자계좌를 통해 송금, 입금, 이체, 카드대금결제, 지로납부 등과 같은 금융거래와 함께 금융투자회사 소속의 ‘판매권유자’가 고객을 직접 방문하는 펀드가입 상담도 허용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서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법 등을 비롯한 자본시장 관련 14개 법의 절반 정도가 하나로 묶이고, 현재 300여개에 이르는 자본시장 관련 규제의 120여건이 폐지되고 10여건이 완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법안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과 같이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종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초대형 투자금융회사가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자본시장의 규모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우리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에 차지하는 비중은 1.62%로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500대 금융기업에 국내 금융회사는 단 하나만이 251위에 올라있으며, 최근 5년간 미국 5대 증권사의 총자산과 시가총액은 평균 530조원과 65조원인데 반해, 국내 5대 증권사의 경우는 각각 4조원과 1조5천억원으로 0.8%와 2.3% 수준에 불과하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자본시장 통합법을 두고 “금융시스템의 틀을 바꾸는 것”으로 “우리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듯이, 시대적 대세이자 필요한 조치임에 분명하다. 이번 법안이 모델로 삼은 호주의 ‘금융서비스 개혁법(FSRA)’이 2001년에 제정된 지 불과 4년 만에 호주의 자본시장 규모는 2배 정도 늘어났고 외환시장의 규모도 1.5배나 증가했다는 점이 이번 법안의 타당성을 반증해주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 통합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증권사가 자산운영업을 겸영할 경우, 투자자에 대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빈번한 거래를 한다거나, 투자자의 이익을 희생해서 회사나 다른 투자자의 이익을 추구한다든지, 회사의 손실을 고객에게 넘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임직원 교류제한, 조직분리, 시스템이원화 등의 업무장벽(Chinese Wall)을 구축하고 내부관리시스템을 강화하며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이나 상품내용에 대해 충분한 구두설명이 없는 경우에 원금손실을 보상해야 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예정이지만, 과거의 경험을 보면 보험금 지급시점에서 보험판매자의 충분한(?) 설명을 두고 주장이 엇갈리면서 분쟁이 발생한 사례들을 종종 접해왔기 때문에 불안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증권, 선물, 부동산, 창업 등 투자대상에 대해 부처별로 산재해있는 부처간 감독 관할권 조정에 따른 진통도 우려되고, 증권계좌의 은행계좌 기능 확보에 있어 은행공동결제망 가입비의 과도한 책정 등 은행권의 견제도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이 법안의 시행 이후에 자율적인 인수ㆍ합병(M&A)을 통한 대형화나 겸영화가 활발해질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는 소규모 금융사나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금융노조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국내은행들이 해외자본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투자회사들도 해외투자은행들에 의해 유린되지 않을까하는 지적도 있다. 물론 투자자들이 자국을 보다 선호하는 홈바이어스(home bias)가 있어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국내시장을 싹쓸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과 경쟁해야할 국내 금융투자회사가 자산운용이나 상품개발 등의 경쟁력을 단시간에 강화하기란 쉽지 않고 자산규모, 전문인력, 해외네트워크 등에서도 현격한 격차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선진화를 도모할 핵심 틀인 자본시장 통합법을 제정함에 따라 예상되는 난제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금융시스템 구축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사들도 지금부터 중장기 전략을 주도면밀하게 수립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운을 걸고 최선을 다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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