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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임금이 오르면 소득이 높아질까?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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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만

임금은 노동서비스를 제공한 대가이다. 근로자에게 임금은 소득으로 소비지출의 근간이 된다. 반면 기업에게 임금은 생산비의 일부로서 노동비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동일한 노동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높은 임금을 기대하게 되며, 기업은 생산비용의 일부인 노동비용을 절감하고자하는 유인을 갖게 된다. 매년 노사간 임금교섭에서 상호 대립되는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이러한 이해관계의 대립에 기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노사간 긴장관계를 초래하는 가장 크고 첨예한 요인이 되고 있는 임금상승이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그렇다면 임금상승이 실질적으로 소득을 높이는 수단이 되는가? 답은 항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명목임금과 실질임금이 항상 동일한 조건에서 결정되지 않는 데 있다. 명목임금은 주어진 시점에서 다양한 근로자의 급여를 비교하는 데 유용하다. 반면 실질임금은 통화가치의 변동을 감안한 후의 임금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명목임금의 구매력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명목임금과 실질임금의 차이는 임금이 결정될 당시 물가상승을 고려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리고 물가상승 또한 임금상승에 영향을 받는다. 임금상승이 실질임금을 높이는 것은 임금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생산성의 향상 정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통상적으로 임금상승이라고 하면 임금을 지불하는 당시의 화폐단위로 표시된 명목임금의 상승을 의미한다. 기준년도에 비해 비교년도에 명목임금이 상승했다고 해도, 소비자물가가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으면 실질임금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에 반영된다면 실질소득의 증가는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이것은 임금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음 네 가지 관점에서 이러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임금상승이 있을 경우 노동생산성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실질소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임금이 상승했어도 노동생산성의 증가가 더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 기업은 생산단위당 노동비용의 증가에 직면하게 되어 증가한 비용을 제품가격의 상승으로 보전하려고 할 것이다. 즉 노동비용의 상승을 수반하지 않는 임금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의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

둘째, 기업이 상품시장에서 경쟁시장이 아닌 독점 또는 과점적 지위를 가진다면, 임금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기업이 임금상승에 따른 비용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을 만큼 상품시장에서 독점력이 있다면, 임금상승에 따른 노동비용의 부담은 물가상승으로 나타나게 된다. 예컨대 독점력을 가진 기업이 마크업 방식으로 임금상승에 따른 비용을 포함한 시장이윤을 결정한다면, 임금상승이 곧 물가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노동과 다른 생산요소의 대체 가능성 정도도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임금이 상승할 때 다른 생산요소의 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노동을 다른 생산요소로 대체할 수 있다. 노동을 다른 생산요소로 대체할 가능성이 낮으면, 임금상승은 물가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넷째, 노동조합의 임금교섭력이 높을수록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매년 노사간의 임금교섭을 통하여 결정되는 임금은 보통의 화폐단위로 나타낸 명목임금이다. 생계비 보전을 위한 임금상승의 수준을 넘어서는 임금상승은 물가상승을 초래하게 되고 실질임금을 하락시키게 된다.

이상 네 가지 관점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노동생산성'이다. 노동생산성이 수반되지 않는 임금상승은 결국 기업으로 하여금 제품가격을 인상시키게 하고, 이는 물가상승을 초래해 실질임금의 상승을 가져오지 않게 된다. 또한, 기업이 임금상승을 생산비용에 흡수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공장자동화 등 노동절약적 방식으로 생산요소를 투입하게 됨으로써 경제 전반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전체 국민소득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장기적으로 임금상승에 의한 소비지출이 늘어난다면 상품시장에서 물가상승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임금인상이 모두 실질임금의 증가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임금상승이 실질소득을 높이는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임금상승이 실질소득의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물가상승을 발생시키지 않을 정도의 노동생산성 증가가 있어야 하며, 또한 독과점 등 시장실패의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노동생산성 증가분이 명목임금 상승분보다 클 때 실질임금 상승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임금상승의 효과가 시간의 흐름과 연관되어 나타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명목임금이 특정 시점에서 상승하였더라도 실질임금은 생산물시장에서 가격상승에 의한 물가상승 또는 소비지출에 따른 물가상승 등으로 일정시간이 지난 이후 소비자의 구매력에 따라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임금상승이 반드시 실질임금을 상승시킨다고 할 수는 없다.


김형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인력자원개발지원센터 소장, hmkim@kriv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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