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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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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학교급식의 식중독에 대한 해법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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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세상사에서 절대적으로 완벽함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확률 내지 가능성의 문제일 것이다. 발생 가능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엄청난 자원을 투입할 수 있지만, 과연 발생 가능성이 낮은 특정 사건을 막기 위해서 그 많은 자원을 투입할 필요는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아이들의 식중독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 사건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굴지의 대기업의 단체급식에서 이 같은 사건이 터져 나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사건을 대함에 있어서 전후 사정과 원인을 찬찬히 따져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사건 이후에 논의되고 있는 대안들은 한편으로 대단히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논의되고 있는 학교 급식의 직영체제로의 전환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번 사건으로 대기업의 단체급식이 오명을 뒤집어쓰기는 하였지만, 이처럼 대규모 기업들이 단체 급식시장에 들어옴으로써 소비자들은 양질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구내식당을 직영체제로 운영하는 경우와 외부의 브랜드 있는 업체에게 맡기는 경우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들의 경우는 평판 리스크를 몹시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하게 된다. 물론 이번 일처럼 대규모 식중독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예외적인 사건이다. 이로써 CJ그룹은 엄청난 이미지 손실과 브랜드 가치 하락을 맛보았다. 이런 비용 자체가 대기업들로 하여금 더욱 더 분발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요소가 된다.


학교 급식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간단명료하다.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지 전문가 그룹에게 맡기는 것이 올바르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선택을 학교라는 단위조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위생이나 비용 그리고 질이란 면에서 우수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와 아마추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시 아마추어 시대로 모두가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일부 언론에 등장하듯이 오히려 직영 급식체제로 잘 운영하는 곳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처럼 직영 급식체제가 우수하게 운영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지나친 저가 수주로 인하여 학교 급식단가가 지나치게 낮지는 않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겉으로 알려진 비용은 한 끼당 2,500원에서 3,000원 수준이라고 한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식사 한 끼의 가격 3천원이 손익분기점을 넘는 수준인지를 제대로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수준으로 미루어 보면 그 가격이 턱없이 낮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저가 수주가 보편화 되어 있는 곳에서는 질적인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항상 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현실적인 수준으로 급식단가를 인상시키는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런 식중독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러나 청결도를 도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일본의 경우에는 이따금 식중독 문제 때문에 난리 법석이 나기도 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음식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식중독 자체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살이라는 것이 일정한 리스크를 안고 그 리스크에 합당한 비용을 치루는 일이라 생각한다.


무결점 상태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일인당 1만이나 2만원처럼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국 사전에 리스크를 없애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곧바로 비용 투입과 연결된 과제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번 조치를 통해서 특정 기업이 그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만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성급하게 직영 급식체제로 전환하는 것 역시 시대의 흐름이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단가를 현실화하고 감시감독 체제를 좀더 보강하는 형태로 마무리를 하였으면 한다. 물론 이 정도의 조치를 미흡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문제의 본질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엉뚱한 방법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병호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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