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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반시장·반기업 정서의 원천은 이해 부족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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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반시장·반기업 정서의 주요한 원인은 무엇일까? 사상적 궤를 달리하여 그런 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기본적인 경제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연유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여다보면 그 실체가 제법 잘 드러난다.


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으로써 ‘이 외에도 시장을 독점한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남길 목적으로 독점 재화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수요곡선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연유한 것이다. 우선 독점의 원인에 대한 설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정부의 진입장벽에 의한 독점이라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 수요곡선은 우하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일반 물가지수의 지속적인 상승 현상이며, 이는 통화팽창이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물가의 일회적(一回的)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혼동하고 있다.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형성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둘러싼 한 방송사의 보도를 보자.


“국내 건설사들은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사실상 폭리를 취해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토지공사가 처음 공개한 택지 공급가격을 보면 분양가중 땅값은 29%에 불과했습니다” (모 방송사 뉴스 앵커멘트)


"원가 연동제가 전면 시행되지 못하고 부분 시행된다면 결국 주변 시세에 따라가는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모 방송사 뉴스 중 시민단체 간부의 인터뷰)


위의 두 보도에는 아파트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에 대한 이해가 없다. 아파트 가격은 기존 아파트 시장(저량 시장)에서 저량 수요와 저량 공급에 의해 결정되고, 분양가 규제가 없으면 신규 아파트는 신규 아파트 공급곡선(유량 공급곡선)에 따라 저량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 점까지 지어진다. 저량 시장과 유량시장이 동시에 균형 상태에 있으면 기존 아파트 중 멸실되는 양만큼 새로 지어져 우리 경제의 아파트 양과 가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단기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건축 기간을 두고 신규 아파트의 공급도 늘어나 가격은 예전 수준으로 다시 내려온다. 그러나 분양가가 규제되면 신규 공급이 줄어들고, 결국 저량 공급도 줄어들어 아파트 가격은 덜 내려온다. 즉 분양가 규제가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것이지 자유화가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지역의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올라가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여 가격이 올라간다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공급이 최대한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재건축 규제 등의 건축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그래도 가격이 올라간다면 그 가격을 지불하고 거주할 수 있는 사람만 거주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즉 수요와 공급 여건에 따라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문제로 파악하지 않으면 된다.


땅값이 분양가의 29%에 불과한데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여 폭리를 취했다는 앵커멘트는, 물건 값은 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 정해야 정당하다는 잘못된 지식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공공택지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으나, 공공택지라고 하더라도 시장가격으로 분양하여 그 수익금은 다른 공공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시민단체 간부의 불만스런 발언은 아파트 값은 본래 그렇게 결정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시장과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


건축업자가 땅 값을 부풀려 분양가를 높였다는 것은 새로 짓는 아파트 가격을 동종의 기존 아파트 가격에 가깝게 받기 위한 규제 회피 수단이다. 가격을 왜곡시키는 규제는 필히 회피를 낳고, 이를 다시 규제하는 재규제는 재회피를 낳는, 이른바 규제의 변증법(Regulatory Dialectic) 사슬에 빠뜨리고, 더욱 강화된 총체적 규제는 시장 자체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위의 몇 가지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반시장·반기업 정서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많은 사람들의 경제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제원리에 충실한 교과서를 바탕으로 경제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김영용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yyki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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