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일자리 늘리기 실천이 중요하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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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권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의 대책이 나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서 일자리 창출 대책이 발표되지 않은 해가 없었다. 최근 몇 달만 해도 지난 6월에 과학기술부가 5년내 이공계 일자리를 60만개 창출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7월에는 여성부가 같은 기간내 같은 수의 여성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부처가 담당 분야의 고용을 많이 늘리겠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 좋다. 담당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야 부처의 파워도 강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관련 부처들이 한꺼번에 나서 주도권 다툼양상까지 빚어지는 경우도 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육·간병 등 사회적 서비스를 기업형태로 공급하는 사회적 기업을 적극 육성하여 사회적 일자리를 확충하는데 재경부, 노동부, 기획예산처 등이 경쟁적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과거 주요 경제부처들이 부처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합심하여 밀어붙인 제도 중에 성공한 경우도 많았기에 뭔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국세청은 최근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유예하겠다는 파격적인 조치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은 의욕과 정성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인데다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늘려야 실효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의욕이 앞선 정부가 급한 나머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공공부문의 일자리 늘리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이다. 요즘 공무원 채용 시험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한 고급인력까지 9급공무원 시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고용불안 시대에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고 급여수준이 민간기업보다 못하지 않는데다 근무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이런 국민적 인기를 반영이나 하듯 공무원의 수가 야금야금 늘어나고 있다. 10년 불황의 극심한 고통을 겪은 일본과 아직도 10년 이상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독일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공무원 수의 감축이다.
정부 업무 중 민간기업이 대행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넘기려는 것이 독일과 일본의 개혁 원칙이다. 민간기업에 비해 정부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부문의 무사안일과 비효율성을 바로 잡지 않고서 기업과 국민들에게 개혁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류 기업에 잘 다니던 유망 청년들마저 사표를 내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적지 않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당수가 민간기업의 높은 노동강도가 싫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공무원의 생산성이 민간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이것보다 잘 대변하는 사례가 있을까. 아무리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 외에 공무원의 수를 늘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게다가 여당은 최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내년 말까지 정규직화 하겠다고 전격 결정했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데 이의가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화하는 것은 고용유연성이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배치된다. 게다가 공공부문이 비대화되면 경영효율성이 나빠질 것이 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화 되면 민간기업에서도 같은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정규직 전환요구가 줄을 잇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더 줄이게 될 것이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에 대한 선심이 자칫 전체 일자리를 줄이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도 조심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일자리는 선진국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보육·간병·노인요양 등 의료·복지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의 서비스를 하는 사회적 일자리가 늘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저출산대책과 관련하여 맞벌이 부부들이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의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문제는 늘리는 방법이다.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 민간기업의 참여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사회적 서비스 시설을 민간영리법인이 운영하고 정부는 정책적 지원과 관리 감독을 하는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복지서비스를 오랫동안 국가가 관장해오다 1990년대 초 경제위기 이후 상당부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스웨덴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일자리를 공공부문이 맡도록 하면 과도한 재정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점을 감안한 사회적기업지원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니 다행스럽다.
결국 고용문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개선될 수 있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여당도 이점을 이해하고 재계가 먼저 국내투자 및 신규채용 확대 등의 가시적 조치를 취하면 출자총액제한 폐지, 경영권 보호대책 마련 등 재계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이른바 ‘뉴딜’을 제안했다.
그러나 여당의 제안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안정적인 경영여건이 되면 자연스레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는 법이다. 여건이 되지도 않는데 신규인력을 대거 채용하면 자칫 기업실적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더욱이 여당의 뉴딜제안에 대해 정부측이 부정적이어서 실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 갈등부터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재경부는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투자활성화를 위해 기업환경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호만이 아니라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