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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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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스타벅스에서는 커피만 파는가?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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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석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불경기라던 2004년에도 패션, 외식업, 전자, 자동차 부문의 일부 중저가 브랜드는 판매 호조를 보였다. 얼핏 이해가 안 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가능한 설명 중 하나는 소비자 행태의 변화일 것이다. 사실 종전에 비해 여성 경제인구가 늘고 중산층 이상 중에 젊은 연령층이 늘어감에 따라 소비계층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이다. 이처럼 소비자 계층이 다양해지면서 소비풍조도 크게 변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옷은 몸을 가리고 음식은 허기를 채우기만 하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의 로고나 상표, 외식을 하는 식당의 분위기에서 우리가 입고 먹는 것과는 별개의 또 다른 만족을 얻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upgrade라든가 명품, luxury라는 말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말들은 일부 부유한 계층에만 적용된다고 인식되었었다. 이처럼 고급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역시 소득향상에 따른 소비수준 향상이라 할 수 있겠다. 경기순환에 따라 호경기와 불경기가 반복되긴 해도 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해왔으며 그로 인한 소득증대에 따라 소비수준도 향상되었고 따라서 고급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둘째는 대량생산 체제와 더불어 급속도로 발달한 현대 디지털 사회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본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통해 소비자 스스로를 차별화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하였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기본적으로는 이동 수단이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운전하는 자동차의 모양이나 크기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원래 비포장 도로 혹은 산악지대에서의 주행이나 짐 싣는 목적으로 제작된 SUV 차량이 한때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중상층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었었다. 일반차보다 연료도 많이 소요되는 SUV는 안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힘들 만큼 수요가 커졌다. 운전자들은 SUV를 운전함으로써 자신에게 부여되는 이미지를 원하고 그럼으로써 다른 일반 승용차 운전자와 다르게 보이길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천편일률적인 대중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은 더 “고급화”된 소비자이길 원하는 욕구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점차 대중화 되어가고 있다. 소비자는 소비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차별화시키려 하며 따라서 현대의 많은 소비자들은 귀금속이나 대저택뿐만 아니라 작은 일상적인 물품까지도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 점이 “고급화”가 “대중화”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대저택과 고가의 귀금속의 경우 여전히 부유층의 전유물일 수 있지만 일테면 고급화된 커피에 대한 수요는 중산층에서도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Harvard Business Review 2003년 4월호에서는 Masstige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대중을 의미하는 Mass와 고품격을 지칭하는 Prestige가 결합된 신조어이다. 즉 위에서 언급한 대로 다양한 품목에 있어서 고급화를 선호하는 소비풍조가 확산되면서 대중들도 자신들의 예산 안에서 나름대로 고급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중저가 고급품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커피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기호품에까지 좀 더 부가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층이 늘어나게 되었고 바로 스타벅스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의 확산은 바로 이러한 풍조를 반영한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에 가면 커피와 관련된 모든 게 다 있다. 각종 모양의 커피잔, 원두커피, 커피 아이스크림은 물론이고 커피를 마시면서 읽을 수 있는 주요 일간지가 있고 심지어는 커피 마시고 난 후의 구취를 없애주는 사탕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들을만한 음악 CD까지 판다. 이처럼 스타벅스 류(類)의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는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 즉 이들은 갈증이나 잠을 ?기 급급해서 커피를 마신다기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길 원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음악도 영화도 컴퓨터로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과연 콘서트나 영화관의 숫자는 급속히 줄어들까? 정확히 통계를 집계해보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콘서트에 가서 음악을 듣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볼 것이다. 물론 실제 콘서트나 영화관에서 접하는 음질이나 화질이 인터넷에서의 그것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여전히 콘서트나 영화관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해 콘서트나 영화관에서와 동일한 음질이나 화질을 접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 해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콘서트나 영화관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음악만을 듣기 위해, 영화만을 보기 위해 콘서트나 영화관에 가진 않기 때문이다. 콘서트에서의 분위기, 영화관에서의 분위기는 인터넷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재생하기 쉽지 않다. 단순한 소리나 영상은 기술적으로 대량복제나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가격은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것들이 소위 “디지털” 상품이다. 즉 기계적이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콘서트나 영화관에서의 감동은 녹음이나 녹화가 안 된다. 콘서트 실황을 녹화해서 TV에서 봐도 그 현장에서의 감동은 느낄 수 없다. 최소한 듣고 볼 수 있어도 콘서트 장소에서 옆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의 반응은 재생되지 않으며 이는 일종의 “아날로그” 상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런 것들은 쉽게 가질 수 없고 그것을 소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디지털 속성을 가진 상품보다 비싸다. 따라서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좀 더 “고급화”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1차원적인 소비 이상의 고급화된 서비스를 추구하는 풍조는 비단 커피 같은 일상적인 기호품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다양한 물품과 교육, 의료, 금융 등의 서비스에까지 확산될 것이며 이는 분명 엄청난 시장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아직 정립되어있지 않은 형편이다. 경제통합이나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개방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이 시점에서 우리의 서비스 시장이 know-how와 자본력을 갖춘 외국에 일방적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은 지 점검해 볼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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