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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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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성장과 분배의 균형발전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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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암

참여정부 경제정책 기조에 관한 주요 쟁점은 '성장과 분배와의 관계'이다. 성장과 분배는 모두 달성되어야 할 정책목표이나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사실 매우 어렵다. 종종 성장을 강조하다 보면 분배가 악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분배를 강조하다 보면 성장이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흔히 성장과 분배의 균형발전 또는 동반성장전략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 간 균형을 유지하기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동반성장전략은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IT산업과 전통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할인점과 재래 영세상인 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IT산업, 대기업, 대형할인점은 전통산업, 중소기업, 재래 영세상인에 비해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노동력을 적게 사용한다. 그리고 생산성이 낮고 고용흡수력이 큰 전통산업, 중소기업, 재래 영세상인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어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사회적 분열이 일어난다. 따라서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추구하여 사회 각 계층이 동반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동반성장전략은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경제가 성장해야 분배할 수 있는 자원이 생긴다'는 사고에 기초를 두고 있다. 따라서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어야 한다는 단순한 주장과는 다르다. 먼저 혁신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하여 분배할 자원을 축적한다. 다음, 성장의 그늘에서 고통을 겪는 사회적 약자와 시장경쟁의 탈락자들을 위하여 자원을 분배함에 있어서도 시혜적으로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적자본 투자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분배한다. 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자, 신용불량자, 실업자,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면, 이들이 소비를 늘려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즉 혁신주도형 경제와 성장촉진형 분배를 통합적으로 결합하여 동반성장체제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동반성장전략의 핵심이다.


이와 같은 전략은 성장과 분배를 별도의 정책목표로 설정하여 성장의 과실을 공평하게 나누어주다 보면, 분배가 시혜적인 나눠먹기 식으로 흐르게 되어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현재 글로벌 개방경제에서 지속적 성장을 위해 구조적 혁신을 이루어야 할 우리 경제 상황에 알맞은 전략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동반성장전략이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비해 진일보한 정책임에도 여전히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혁신은 혁신하는 기업과 혁신하지 못하는 기업 간의 차별을 의미한다. 혁신의 결과로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기업별·인적자원별로 생산성에 크게 차이날 때 아무리 생산성 열위에 있는 자에게 성장촉진형 재훈련을 시킨다 하더라도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나타난다. 즉 혁신주도형 경제와 성장촉진형 분배가 결합되는 동반성장체제 하에서도 분배가 개선되고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이 높은 생산성과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기술혁신에 따라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혁신 주도의 경제가 분배를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동반성장전략이 분배의 개선을 목표로 삼게 된다면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사고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활발하게 이루어진 반면,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한 혁신을 이루려면 많은 중소기업들의 합병과 퇴출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오히려 실업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므로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반시장적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우선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근로자, 자영업자,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재훈련 등 인적자원 투자를 통해 성장촉진형 분배를 추구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이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과 각종 보호장치를 강화하여 소득격차를 완화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혜적 성격이 강해서 동반성장전략을 채택하더라도 근로의욕을 저해하고 있는 현재의 복지체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둘째, IT산업이나 신 성장동력산업과 함께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낙후지역을 개발하는 국가혁신시스템 구축에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혁신유인이 크게 왜곡될 수 있다. 벤처는 시장자생적으로 혁신하는 기업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지난 벤처호황 때와 똑같은 실책이 되풀이될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 혁신과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강조하다가 오히려 혁신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정부는 동반성장전략을 추진하면서도 시장친화적 기술혁신 정책으로 잠재성장력을 극대화하고 기술혁신의 결과로 나타나는 양극화나 소득 격차는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시장이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고용없는 성장의 문제도 분배정책보다는 시장기능을 제고하여 해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원암 (홍익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wapark@wow.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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