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고령화대비 빠를수록 좋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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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2019년이 되면 경제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고령화에 대비해 한국에 주어진 기회의 시간은 15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부총리의 지적이 있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가 넘으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가 넘으면 고령사회(Aged Society) 그리고 20%가 넘어서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정의한다. 통계청 인구조사 및 전망에 따르면 이미 한국은 2000년에 고령인구비중이 7.2%를 기록하여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19년이면 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따라서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이행하는데 19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고 현재시점에서 얘기하면 15년 후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부총리의 지적은 적절했다. 그러나 인구고령화의 급진전에 따른 경제사회적 충격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이행하는데 19년이 걸릴 것이지만 그 이후 6~7년 후에는 고령인구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이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UN의 정의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55세전후가 되면 남을 부양하기 보다는 남의 부양을 받아야 하는 형편에 놓이기 쉽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통계청의 인구통계를 기초로 25세~54세 인구와 55세 이상 인구를 비교하면 지난 1988년에는 4:1이었고 지난해에는 3:1이었지만 2026년에는 1:1에 가까워진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현재 제조업 해외이전, 차세대 성장동력의 불투명, 수출경쟁력 하락과 BRICs의 부상 등 한국경제 내부와 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규모와 속도는 그 같은 전망을 더욱 부담스럽고 비관적으로 해석할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
때마침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4%대로 떨어진 데 이어 2011년부터는 3%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국책연구소와 민간연구소에서 함께 제시되었다. 이는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그만큼 어둡게 내다보는 것인데 인구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을 정책전반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얼마 전 정부는 중기재정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했다. 늦어도 2008년부터는 재정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예산편성의 큰 테두리를 획정했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 연구소들이 전망한 잠재성장률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실질경제성장률 5%선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기간 중 가정하고 있는 성장률의 지속적 실현이 어렵다면 재정적자의 확대 또는 조세부담율의 제고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중기적으로 예상되는 국제경쟁은 더욱 치열한 것이다.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들 간의 기술격차도 점차 축소되어 앞으로 5년이면 엇비슷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수출한국이 해외시장에서 중국과 인도에 밀린다면 우리 경제는 기댈 언덕마저 없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기우만은 아니다. 임금수준이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중국에선 매년 2500만 명의 저임 노동자가 노동시장에 공급되고 있고, 인도에선 영어에 능통한 IT인력이 매년 30만 명 가량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경제에 주어진 시간은 15년이 아니라 5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율을 걱정하면서도 현재의 노동력마저 소화하지 못한 채 당장의 높은 실업과 씨름하는 우리경제로서는 고령화문제는 한 치 건너 두 치의 먼 훗날의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시안적 정책전개와 개혁우선순위에 갇혀 있기만 한다면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인구지진의 위력 앞에 선뜻 다가서게 되는 순간을 머지않아 앞당겨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의 파산을 막을 수 없고 지금 출산율 제고를 위한 시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이민정책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세 사람이 벌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하고 있지만 곧 한 사람이 벌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개인이나 국가나 그 대비는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