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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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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경쟁정책은 경제적 효과 분석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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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옥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쟁법 위반사건 이후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에 대한 미국과 EU간 시각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고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시각차이로 우선 지배력과 독점력이라는 용어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엄밀하게 말한다면 시장지배적 지위라는 표현보다는 독점적 지위의 남용행위 내지는 독점기업에 의한 경쟁제한행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지배력이라는 개념이 강조되는 반면 미국은 독점력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독점력이라 함은 흔히 경쟁상태에서 형성되었을 가격수준 이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지배력이라고 할 때는 가격인상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이 경쟁사업자와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강조되어진다. 따라서 독점력과 비교할 때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는 유럽처럼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별도의 법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다른 사업자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이 시장점유율이다. 물론 시장점유율이 유일한 판단기준은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시장점유율 외에도 해당시장에 다른 기업이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용이한가,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시장지배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음 단계로 해당 행위가 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 즉 경쟁을 저해하는지에 대한 경제적 효과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


남용행위 내지 경쟁저해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미국과 유럽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럽은 법에 명시되어 있는 특정 유형에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법 위반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행위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통해 남용행위 여부를 판단한다. 전자의 경우 법적 확실성이 높고 사건처리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잘못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사안별로 해당행위의 경제적 효과를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를 중시한 결과 미국은 유럽에 비해 경제적 효과분석 역량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각각의 사건에 대한 세밀하고 정확한 경제분석을 행하기에는 시간과 자원, 역량의 제약 등이 존재한다.


남용행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해당행위로 인한 경제적 효과분석을 중시하는 미국의 성향과 상대적으로 경제적 분석이 약한 유럽의 성향은 남용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나 제재에 있어 미국은 소극적인데 반해 유럽은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의 마이크로소프트 사례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동일한 사건에 대한 미국과 유럽경쟁당국이 상이한 결론에 도달한 예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는 미국보다는 유럽에 더 근접한 방식으로 규율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에 대한 별도의 법조항을 가지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조항도 가지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제재수준도 다른 사업자보다 더 엄격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 위반건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시키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에 대한 미국과 유럽 각각의 접근방식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사실상 공통되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경제적 효과분석에 대한 역량이 아직까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는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경제적 효과분석을 중시하는 방식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현옥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hhan@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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