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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정부의 쌀 수매가 지지, 농민에게 이익인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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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선

1970년대부터 이중곡가제를 실시하여 쌀 가격의 안정을 도모한 이래 정부의 쌀 수매량과 가격에 대한 지속적인 증가와 인상은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정책의 가장 큰 축이 되어왔다. 이 정책을 통해 정부는 1990년대 초반까지 쌀 증산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해 왔고, 최근까지도 이러한 정부의 수매정책은 여전히 농산물 정책의 한 골격이 되고 있다.


과거 정기국회 막바지는 항상 정부의 쌀 수매가격 책정 동의와 관련된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당시에는 농촌에 근거를 둔 국회위원들이 다수였고, 또 농촌이 고향인 도시민들도 쌀 수매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호의적이었기에 인상을 하느냐 마느냐 보다는 얼마나 하느냐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다른 농산물에 대한 수입개방의 지속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쌀의 경우는 ‘식량안보론’이라는 강력한 명분에 입각하여 보호·육성정책을 지속해 왔다. 절대농지의 전용 금지, 농지전용의 경우 대체농지 조성 의무 부과, 쌀 수매가격의 지속적인 지지와 인상 등이 이러한 정책의 근간이었다. 그 당시 농민단체들과 운동권 대학생들을 비롯한 사회 일부에서는 쌀 수매가격의 인상률이 생산비를 근거로 책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를 반영하여 정부의 추곡수매가격이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속적으로 쌀 수매가격을 지지 또는 인상하는 정책은 과연 농민들에게 항상 이로운 것인가?


쌀 수매가격의 지지와 인상은 농민들이 일정한 양의 쌀을 생산한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 생산된 쌀에 대해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을 의미하므로 쌀 농사에 종사하는 농민들의 소득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농민단체들이나 운동권 학생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쌀 수매가격 인상과 다른 농작물에 대한 수입개방은 이러한 단기적인 쌀 생산농가의 소득증가를 장기적으로는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였다. 우선 쌀 가격의 상승은 대체재인 밀가루와 육류, 생선 등을 사용한 식료품 사용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대체재는 1인당 쌀 소비량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켰다. 쌀 소비는 1982년에는 연간 1인당 130Kg에 달하였으나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02년에는 87Kg으로 33% 감소하였다. 쌀 수요의 지속적인 감소추세는 음식문화의 변화 등과 맞물려서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이익이 큰 쌀을 생산하기 위해 농지를 전환하게 되었다. 다른 농작물은 수입개방으로 이익이 크지 않은 반면, 쌀은 수매가격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등 보호·육성되어 농가의 위험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잡곡이나 채소의 재배가 주를 이루던 토지를 쌀 생산을 위한 논으로 조성하는 일이 농촌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동일한 면적의 밭에서 다른 작물을 재배해 확보할 수 있는 소득이 같은 면적의 토지에서 쌀을 생산하는 것보다 현격하게 낮기 때문에 농민들은 밭을 논으로 전환하는 데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쌀 경작면적의 증가는 결국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생산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 것이다.


경제학의 수요공급이론에 따르면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은 증대될 경우 나타나는 현상은 ‘공급과잉 상태’이다. 공급과잉은 결국 가격의 하락이 시간문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부 변화가 있기는 했으나 최근까지 정부는 일정한 양의 쌀을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책정한 수매가격에 따라 수매·보유하는 방법으로 쌀 가격을 지지해 왔다. 이런 보호·육성정책은 장기적으로는 농민들에게 이익이 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첫째, 재정에 의해 국제거래가격보다 매우 높은 가격으로 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그 자체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교역상대국들과의 협상에서 이를 관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80Kg들이 한 가마당 4만 원으로 우리나라 쌀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중국 쌀이 존재하고, 우리나라 쌀 가격의 절반인 미국 쌀이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수매와 가격지지를 전제로 한 공급과잉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둘째, 지속적인 쌀의 재고 증가와 재고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의 증가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 때문이다. 재고 쌀의 관리비용 증가로 인한 압력을 장기적으로 방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셋째, WTO, DDA 협상이 아직 마무리된 것은 아니나 향후 우리 농업과 농민의 이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받아들여야 하는 쌀시장 개방 정도는, 1988~1990년 국내 쌀 소비량을 기준으로 7.96%에 해당하는 물량의 수입을 2005년 4.4%에서 매년 균등하게 증량하고, 대신 2005~2014년 10년간 쌀 시장에 대한 전면개방을 유예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 협상에 따르면 밥짓는 쌀 시판 물량을 2005년에는 수입물량의 10%로 하는 대신 2010년까지 30%로 확대해야 한다. 결국 미국과 중국을 주축으로 하는 쌀 수출국들이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값싼 쌀의 물량이 과거에 비해 무려 2배나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에서 지속적인 쌀 수매가격에 대한 지지정책은 장기적으로 지탱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농업의 구조조정을 제약하여 농민의 이익과 경쟁력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쌀 수매가격 지지정책이 가진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쌀 정책의 방향을 쌀 생산농가의 경쟁력 향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쌀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하려면 우선 소규모 농가가 가진 농지를 대단위화하여 생산비용을 낮춤으로써 가격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쌀에 대한 수매가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쌀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에 대해 농사포기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대단위화와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농가에서 생산되는 쌀에 대해서는 시장거래를 통해 그 가격이 결정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가속화하여 쌀 재배면적 자체를 축소하는 일도 필요하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쌀 재배농지에 대한 용도전환을 쉽게 만들기 위한 규제의 정비 등도 이런 경쟁력 강화 정책에는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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