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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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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상속세의 경제적 파급효과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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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엽

경제의 효율성을 악화시키고 하향평준화 결과만을 가져오는 상속세제 개편이 시급하다.


상속과세의 지지자와 반대론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운 논거는 경제학적 관점에서부터 심지어 철학적 정의론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이를 항목별로 하나하나 평가하면서 반론을 제기하는 일은 매우 힘든 작업이지만 상속과세제도의 합리적인 개편을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필수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납세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미국의 경우 상속세가 저축, 노동공급, 세수입변화에 미치는 효과뿐만 아니라 징수에 따른 행정 및 순응비용 등 다양한 방향에서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이 미국정부로 하여금 2001년에 유산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다가 2011년에 완전히 폐지하는 입법을 단행하도록 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경유착, 불법 및 탈법으로 특정계층에 부가 집중되었다는 논리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는 동안 상속과세를 폐지 또는 완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세수도 보잘 것이 없는 상속세와 증여세 강화에만 매달려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과세와 관련하여 축적된 연구의 미비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상속세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 요소에 국한하여 이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현실경제를 살펴보면 가계는 상속계층과 무상속계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속세는 피상속인, 상속인, 그리고 무상속계층의 의사결정에 상이한 영향을 미친다. 상속세가 인하되면 피상속인은 소비-여가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상속을 증가시킴으로써 보다 높은 효용을 얻을 수 있다. 상속인의 입장에서 상속세 인하는 실질 소득증가를 의미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고 저축이 증가하게 된다. 소득증가가 노동공급에 미치는 효과는 두 가지 상쇄효과에 의해 결정된다. 여가가 정상재라면 소득증가는 노동보다 여가를 선호하게 되어 노동공급이 감소하는 소득효과가 발생한다. 반대로 상속으로 인해 소비가 증가하면 여가가 감소하고 노동이 증가하는 대체효과가 발생한다. 노동공급은 이상의 두 가지 효과가 서로 상쇄되어 결정되는데, 이는 소비와 여가의 대체탄력성에 영향을 받게 된다. 상쇄효과에 의해 노동공급이 증가하고 여가가 감소하더라도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상속인의 후생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속계층 전체의 의사결정은 상속인으로서의 의사결정과 피상속인으로서의 의사결정이 복합되어 나타나지만, 상속세 인하는 상속계층의 소비와 저축을 증가시키고 결국 이들의 후생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상속인의 경제행위의 변화는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무상속계층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경로를 거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상속인의 저축증가는 투자와 자본스톡을 증가시켜 경제가 성장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자본과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무상속계층의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이 증가한다. 소득증가는 소비를 증가시키고 결국 무상속계층의 후생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 결과도 이러한 효과를 확인해 주고 있다. 더욱이 경험적으로 인정되는 시점간 대체탄력성 범위 내에서 상속세 인하가 효율성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의 형평성도 함께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상속세가 현행 대비 40% 인하될 경우 상속계층의 후생은 연평균 약 1,378억원~1,847억원 증가하고, 무상속계층의 후생은 307억원~4,837억원 증가하여 총 사회적 후생은 1,685억원~6,683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반대로 상속세 강화는 경제의 효율성을 악화시켜 상속계층뿐만 아니라 무상속계층의 후생도 함께 악화시키는 하향평준화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상속세 인상으로 저소득계층의 후생을 증가시킴으로써 소득분배의 형평성을 재고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대체탄력성이 비정상적으로 클 때 가능하다.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의 호황 등으로 인해 상속과세가 상위 1% 계층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더욱이 효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가운데 하향평준화 또는 소득재분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상속과세에 대한 개편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에 기초한 정책보다는 국민의 정서에 호소하는 감성적 정책이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강남에 사는 특정계층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이 그렇고 오늘 논의한 상속세 강화 정책이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상속과세를 가급적 강화하여 그 부담을 무겁게 해야 한다는 국민정서와 논리가 팽배해 있다. 국민정서에 기댄 정치적 논리로 바람직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학적인 연구에 기초한 건전한 논쟁이 가능할 때 바람직한 상속세 개편이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속세 인하에 따른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 자본유출, 상속세의 행정 및 순응비용 등 다양한 방향에서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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